오피니언 시론

'사랑의 기적' 만드는 적십자 회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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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처럼 적십자회비는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절차나 조건 없이 긴급하게 전해져 고통을 덜어주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적십자회비는 재해 이재민과 일반 저소득층 구호, 독거노인.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 배달, 지역 주민을 위한 보건 안전,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 장의차 운행, 행려자 구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이는 소중한 성금이다.

2006년도 적십자회비 모금 캠페인이 1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 전국 16개 시.도에서 일제히 전개되고 있다. 적십자회비 모금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부터 전쟁고아와 전상자들의 구호를 위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지방행정기관에서 회비 모금 업무를 대행해 읍.면.동 직원이 회비 모금 업무를 수행했으나 91년부터는 통.반장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회비 모금위원으로 위촉돼 모금에 협조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현재의 지로 자진 납부제가 시행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납부 방법의 다양화로 금융기관 이외에 편의점에서도 회비 수납을 하고 있다.

또한 개인이 적십자사에 납부하는 적십자회비 등 모든 기부금은 법정 기부금으로 편입되어 연말에 전액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적십자회비는 고액을 내는 소수의 회원보다는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이는 적십자 정신을 널리 전파해 인류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적십자회비에 대한 국민의 참여가 해마다 낮아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적십자회비 모금이 저조한 원인에는 국민의 오해도 한몫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적십자사를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정부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부는 적십자회비가 북한에 식량과 비료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고 오해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정부의 인도주의 사업의 보조자로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비료 지원, 이산가족 교환 방문 등에 관한 예산은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에서 전액 충당하고 있다.

올 겨울은 시작부터 유난히 추웠다. 날씨가 추우면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달프다. 소외되어 추위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연탄 한 장이라도 나눠 보자. 집에 쌀이 한 가마가 있는 사람에게 한 공기의 쌀은 가치가 작다. 쌀 한 톨 없는 사람에게 한 공기의 쌀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며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사회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나눔의 사랑'을 실천할 때다. 나눔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큰 힘이며 사랑의 나무 위에 열리는 꽃이다. 여유가 있어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눌 때 여유가 생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재난의 한가운데서 적십자 구호품은 한줄기 빛이요 희망이다. 또한 어려운 이웃에게는 생명 줄이다. 적십자회비 모금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작고도 아름다운 의무'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모여 어려운 이웃에게 큰 희망으로 전해지는 기적이다. 우리 모두가 인류애와 상부상조의 정신을 되살려 적십자회비 모금운동에 십시일반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적십자는 국민 여러분의 정성과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정귀옥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