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얼굴 따뜻한 변신 … CI 감성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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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업의 얼굴을 새롭게 바꾸는 이미지 통합(CI) 교체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LG에서 분가한 GS와 LS그룹이 새로운 CI 알리기 작업을 대규모로 펼쳤고, SK도 지난해 말 '행복 날개'라는 새 기업 로고를 선보였다. 올해는 금호아시아나가 창업 60주년을 맞아 얼굴을 바꿨다.

최근 CI의 두드러진 특징은 '감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문자 위주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 전달 메시지도 행복.희망.환경친화.미래경영 같은 것들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신의 이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이었으나 요즘은 서비스 개념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업 CI의 추세가 바뀌고 있다.

따뜻함을 강조=최근 선보인 금호아시아나의 로고는 단순한 디자인 속에 '고객과 함께 아름다운 미래로 비상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미국의 CI 디자인 전문회사 랜도에 의뢰해 1년 작업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장성지 상무는"과거 빨간색 바탕에 흰색으로 K자를 새긴 로고가 딱딱해 보인다는 지적에 따라 감성적 이미지의 로고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지난해 선보인 동화풍의 날개 로고는 행복을 최고 이념으로 추구하는 그룹의 경영철학을 담았다. 과거 다소 딱딱해 보이는 글자 로고가 정보통신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그룹의 이미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디자인을 바꿨다.

감성을 강조하는 것은 CI 도안에 쓰이는 색상이 화려해지는 데서도 알 수 있다. GS의 로고는 오렌지.초록.파랑 3색을 씀으로써 강렬한 시각 효과를 노렸다. 2004년 CI 개선작업을 한 CJ.삼양 등 상당수 기업들도 강렬한 원색을 로고에 썼다. CI 제작 전문업체인 'CI컨설팅'의 김택섭 디자인실장은 "과거에는 한두가지 색깔로 정형화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화려한 원색과 입체 형태를 원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너의 감성이 관건=올해 창사 110주년을 맞는 두산그룹을 비롯해 효성(40주년), 현대(현대상선 30주년)도 새로운 개념의 로고와 엠블럼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화는 번개 모양의 종전 로고가 레저.서비스.금융업 등으로 외연을 넓혀가는 그룹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여론에 따라 상반기 중 새 CI를 공표할 방침이다.

대기업 CI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오너'(기업 소유주)의 감수성과 의지다. 최근 CI 교체 작업을 벌이는 한 기업의 임원은 "몇달간 고심 끝에 만든 로고가 '이거, 좀 이상하다'는 회장 한마디에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실무자들이 몇 가지 시안을 마련해 회장이 직접 고르게 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미 등록된 로고나 브랜드와 중복을 피하는 것도 큰 일이다. 새로운 브랜드나 로고의 후보작을 내부적으로 정해놓고도 국내외에 이미 등록된 상표권을 검색하느라 몇달씩 발표를 늦추는 일도 많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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