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원유값 치솟는 데 왜 휘발유값은 덜 오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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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틴틴 여러분, 오늘은 좀 복잡하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경제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른들도 잘 모르는 이야기지만 어렵진 않아요. 바로 '원유값과 휘발유값의 관계'를 따져보는 거지요. 요즘 원유값이 치솟는 바람에 휘발유값이 비싸져 부모님께서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신다고요? 딩동댕! 맞는 얘기예요. 휘발유는 원유로 만드는 거니까 원유가 비싸지면 휘발유 값도 당연히 오르지요. 하지만 100점짜리 답은 아닙니다. 과연 국제유가(원유값)가 두 배로 뛰면 우리 휘발유값도 그만큼 오를까요. 지금부터 둘 사이의 관계를 요모조모 살펴 봅시다.

원유값이 크게 오른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여러 번 썼는데 실제로 얼마나 올랐을까요. 중동에 있는 아랍에미리트란 나라에서 나는 원유를 '두바이유'라고 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원유값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 봅시다. 2002년엔 배럴(159ℓ)당 평균가격이 24달러이던 것이 지난해엔 49달러, 올 들어서는 60달러에 근접했어요. 두 배 반이 된 거지요. 이번엔 국내 휘발유 가격을 볼까요. 2002년엔 1260원이던 게 올해는 1469원이 됐어요. 17%나 올랐지요.

그래도 원유가가 오른 것에 비하면 덜 올랐지요. 왜 그럴까요. 얼핏 환율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 있어요. 그것도 틀린 얘기가 아닙니다.

환율이란 다른 나라 돈과 우리나라 돈의 교환 비율을 말합니다. 2002년에는 1달러에 1250원 정도 하던 환율이 지금은 980원 선까지 떨어졌어요. 50달러짜리를 수입할 때 예전에는 6만원도 넘게 줘야 했는데, 이제는 5만원도 안 들게 됐죠. 원유를 20%가량 싸게 들여올 수 있게 됐지요.

하지만 이 환율로도 원유값은 크게 올랐는데 휘발유는 조금만 오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요. 숨은 이유는 따로 있어요. 그 하나가 바로 세금이에요. 휘발유.경유.등유에는 원유를 수입할 때 붙는 관세 외에 교통세.주행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여러 세금이 붙어요. 부모님이 휘발유를 살때 내는 돈의 60%가량이 세금이에요. <그래픽 참조> 더구나 이 세금은 원유가격이 아무리 오르고 내려도 'ℓ당 얼마'하는 식으로 금액을 딱 정해 놓았어요.

이런 상태에서 휘발유의 원료인 원유값이 두 배로 뛰면 어떻게 될까요. 쉽게 예를 들어 보지요. 휘발유값이 1000원이라면 원유값은 400원이 됩니다. 세금비중이 60%이니까요. 그런데 원유값이 800원이 되면 휘발유값은 '800원(원유값) + 600원(세금)=1400원'이 돼요. 원유값은 두 배로 뛰었는데, 휘발유값은 40%만 오르는 거지요. 반대로 국제 원유가가 크게 떨어져도 국내 석유제품 값은 그다지 많이 내리지 않게 되죠.

우리나라는 또 원유값 때문에 휘발유나 경유값이 많이 오르려고 하면 정부가 세금을 조금씩 낮춰 석유제품 값이 일시에 오르는 것을 막지요. 휘발유.경유값이 오르면 자동차로 물건을 나르는 비용(물류비)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물가를 오르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2004년 2월까지만 해도 휘발유 1ℓ에 572원하던 교통세를 지금은 535원으로 내렸어요.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각종 석유 제품을 자유롭게 수입해서 팔 수 있도록 했어요. 원유값이 오른 만큼 정유업체들이 휘발유.경유.등유값을 많이 올려서 주유소에 공급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보다 싸게 팔 자신이 있는 외국 회사가 가만히 있겠어요. 당연히 석유 제품을 한국에 들여와 팔겠죠. 소비자들은 더 싼 외국산을 살 거고요. 그러니 국내 정유업체가 값을 아주 많이 올려 받고 싶어도 세계 어디에선가 싸게 파는 회사가 있다면 함부로 값을 올리지 못하는 거예요.

실제로 석유제품 수입이 자유화된 97년 이후 수입 업체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중국 등지에서 휘발유를 들여와 팔면서 국내 석유값이 많이 안정됐다고 해요. 수입.수출을 자유롭게 하니까 소비자들이 이득을 보는 거지요. 이런 구조 때문에 국제 원유값이 크게 올라도 국내 석유제품값은 크게 오르지 않는 거예요. 거기다 앞에서 살펴 봤듯 환율도 한몫했고요. 그러나 원유값이 오른 것 만큼 휘발유 등 우리가 쓰는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아닙니다. 유가가 자꾸 오르면 원유를 다른 나라에서 사서 써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에는 큰 부담이 됩니다.

우리 기업들이 애써 벌어놓은 달러를 많이 써야 하고 원유를 원료로 해 생산하는 제품 가격도 올라 씀씀이도 커집니다. 어머님이 걱정하겠지요.

우리나라가 최근 남의 나라가 가진 유전을 사들이려고 힘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우리가 유전을 갖고 있으면 국제 원유값이 아무리 올라도 부담을 덜 수 있게 됩니다. 아 참, 유전은 원유를 퍼 올릴 수 있는 곳을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배운 세금구조나 환율 등은 어른들도 자주 헷갈리는 경제이야기인데 여러분들은 머릿속에 잘 정리가 됐는지 모르겠어요.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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