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농장’ 어때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42호 31면

외국인의 눈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들. 때로는 완연한 푸르름, 때로는 젖소와 염소,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고 노니는 마른 갈색. 유럽대륙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인상적인 풍경이다. 내가 한국에 살다가 처음으로 유럽으로 건너가 보니 한국 농촌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여러 가지로 놀라웠다. 서울 주변의 농촌은 번잡한 길가에 조그만 논밭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들판 인근에는 창고와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매번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다. “도대체 여기서는 어떤 것들이 자랄까? 쉬지 않고 매년 무엇을 생산해내야 하는 땅들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은 얼마나 효율적일까?”

한국인들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주된 요인은 물론 좁은 땅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에 관심이 많은 한 미국 기업가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들이 꼭 해야 할 것은 셰일가스 생산에 사용되는 플로팅 플랫폼을 연안에 가설하고 그 위에 젖소들을 놓아두는 일이다.”  나는 “정신없는 미국인 같으니라고. 이런 아이디어는 ‘스타워스’나 사이언스픽션(SF) 영화와 같다”고 말해 주고 싶다. 참신한 것도 아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플로팅 농장’을 이미 실험한 바 있다. 그들은 이를 ‘스마트 농장’이라 부른다. 그렇지만 나는 한편으로 이런 아이디어가 일리가 있다고 본다.

스마트 농장은 다차원적인 에코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층별로 서로 다른 먹거리를 재배한다. 아래쪽에는 양어장이 있고 그 위로 과일, 채소 그리고 동물농장이 있다. 당연히 재배 품목에 제한이 있겠지만 한국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먹는 사과, 포도, 브로콜리 등은 재배가 가능하다.

비용 문제를 차치하고 이런 플랫폼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농토를 늘릴 수 있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농산물의 주요 시장인 대도시 주변에 가설할 수도 있다. 운송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도 있다.

한국은 이런 프로젝트를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술력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런 프로젝트는 녹색성장이나 지속가능한 성장 이니셔티브와 잘 어울릴 수도 있다. 플로팅 농업은 토지를 늘릴 수 있는 한국적 방법일 수 있다.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리나 코르군
한국외국어대러시아 연구소초빙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