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출소 후 피해자 동네로 돌아와도 막을 길 없어

중앙선데이

입력 2017.07.30 00:02

업데이트 2017.07.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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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면

범죄 피해자의 그늘: 범죄자 교화에 3조, 피해자 지원엔 1019억
26일 만난 나영이 아버지는 “‘의사가 돼 남을 돕고 싶다’는 딸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26일 만난 나영이 아버지는 “‘의사가 돼 남을 돕고 싶다’는 딸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잔혹한 아동 성범죄자의 대명사가 된 조두순(64)은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흉악 범죄자들이 수감되는 경북 북부 제2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9년 조씨의 강간상해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형을 확정하면서 7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함께 부과했다. 신상정보는 10년간 등록되고 5년간 공개된다.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규정 없는 탓
시설 수용은 이중처벌 논란에 막혀
피해자 지원 제도 개선됐지만
구조금 모자라고 센터 이용 불편
지원 업무 총괄 컨트롤타워 필요

문제는 현행법상 출소한 조씨가 피해자가 사는 동네로 돌아오는 걸 막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엔 이런 규정이 없다. 2009년 조두순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법무부는 형기를 마친 범죄자를 시설에 추가 수용하는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중처벌 논란으로 법제화되지 못했다.

법무부 특정범죄관리과 관계자는 “조씨는 가족 관계가 분명치 않고 원래 거주지가 일정치 않았던 만큼 출소 후 다른 지역에서 살도록 안내를 할 예정이다. 조씨가 사건 당시 살고 있던 지역을 고집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다만 전자발찌 부착기간엔 특별 관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 심리치료 가장 중요”

형사사법의 인권 개선은 수사·재판을 받는 가해자 위주로 발전해왔다. 피해자 인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008년 조두순 사건의 영향이 컸다.

범죄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위로금 성격의 범죄피해 구조금은 1987년부터 2008년까지 500만원이 최대 상한선이었다. 87년 헌법 개정 때 범죄 피해자의 구조청구권이 처음 명시되면서 도입됐다.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2009년 3000만원, 2014년 9000만원까지 증액됐다.

구조금은 법무부가 조성하는 ‘범죄피해 보호기금’에서 나온다. 해마다 벌금 수입의 6%를 전입해 조성하는 데 올해 기금은 1019억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자의 수사와 재판, 수용, 교화 등에 쓰이는 국가 예산이 연평균 3조원인 걸 고려하면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력범죄 피해자와 유족 2000여 명에게 돌아간 구조금은 1인당 평균 670만원에 불과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추산한 강력범죄로 인한 경제적 손실(7950만원)의 12분의 1 수준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의 74.4%가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다. 범죄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조두순 사건 당시 여덟 살이었던 나영이는 조사 과정에서 “비디오 녹화가 잘 안 됐다”는 등의 이유로 수차례 같은 진술을 반복해야 했다. 문제가 제기된 이후 성폭력 피해자는 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 한 차례만 진술 녹화를 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심리치료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해바라기센터가 전국적으로 늘고 강력범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기관인 스마일센터도 설립됐다.

김태경 서울 동부 스마일센터장은 “형사사법 절차가 피해자를 화나게 만드는 과정이 매우 많고 심리적 압박감도 크다. 크든 작든 전문적인 심리상담이 개입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홍영오 형사정책연구원 범죄예방지원센터장은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굉장히 후유증이 크다. 특히 어린 시절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심리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 경험이 아이들을 가해자로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으로 피해자들에게 권리와 사건의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피해자 미란다 원칙’이 도입됐다. 그전까지는 피해자가 고소를 했더라도 가해자에게 어떤 처분이 나는지 알 길이 없었다.

현재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여성가족부 위탁기관인 해바라기센터가, 아동학대 피해자는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한다. 법무부 산하에는 스마일센터와 각 검찰청에 있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제3차 범죄피해자 기본 계획’ 보고서에서 “기관들 사이에 주요 서비스 대상과 내용 중첩이 발생하면서 경쟁 관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중복 서비스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센터가 대도시에만 있고 전문적 치료는 평일만 가능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피해자 보호 실무는 경찰이, 기금 집행은 검찰로 이원화돼 발생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피해는 수시로 일어나는데 각 검찰청의 구조금 심의회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린다. 검찰 관계자는 “부정수급이나 쌍방폭행 등으로 애매한 경우가 있어 걸러내는 기능이 필요하다. 긴급한 사안의 경우에는 경찰과 공조해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고 나서야 피해자 지원이 들어가면 이미 한참 지난 시점이다. 경찰 단계에서 필요한 보호 업무가 있는데 인력이나 예산 등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무는 경찰, 기금 집행은 검찰로 이원화

피해자가 가장 먼저 접촉하는 기관은 경찰이다. 경찰청은 2015년 피해자 보호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위치추적장치(스마트워치) 지급 ▶위험이 긴박한 피해자는 한시적으로 근접, 밀착 보호 ▶필요시 집 주변 폐쇄회로TV(CCTV) 설치 ▶가해자에게 서면 경고장 발송 ▶보호시설 및 임시숙소 제공 등 갈수록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신변보호 조치건수는 2015년 2283건에서 지난해 1만4105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범죄피해 보호전담 경찰은 일선 경찰서당 평균 1.1명만 배치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24시간 신변보호 요청이 들어와도 형사팀 인력이 기존 업무와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위치추적장치인 스마트워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검찰청이 2012년 도입했다가 2016년 경찰에 업무와 예산을 이관했다. 현재 경찰의 112 통합 관제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대구에선 헤어진 전 애인의 직장에 휘발유를 들고 찾아간 남성이 피해자의 스마트워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예산과 인력 배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범죄 피해자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에는 법무부가 총괄하는 범죄 피해자 보호 업무를 총리실로 격상시키는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성언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문 기관의 수가 부족한 데다 각 기관들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상이해 업무 공유가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있어 쉽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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