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술 앞세운 28일 북 미사일 발사

중앙일보

입력

코드명 ‘기만?’
 28일 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이전과 달랐다. 우선 지난 4일 발사에 성공한 똑같은 종류의 미사일을 24일만에 다시 쐈다는 점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4일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에 선물(미사일 발사)을 자주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김정은의 말 대로 북한은 지난 4일 미사일 발사 성공 축하 행사를 끝내자 마자 2차 시험 발사에 돌입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4형의 최대사거리를 비롯한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자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고려하면 28일 밤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화성-14형을 실전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자정이 가까운 11시 41분에 이뤄졌다는 점도 특이사항이다. 군 관계자는 “한국이나 미국 정보 당국을 속이고 기습발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4~5시쯤 새벽 동이 틀때 미사일을 쏘긴 했지만 야밤 발사는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화성-14형 2차 발사를 앞두고 기만전술을 펼친 점은 이전과 대비된다. 북한은 이전에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을 고속도로 터널 등에 보관하다 기습적으로 발사버튼을 누르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TEL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지금껏 한 반도 발사 한 적이 없는 자강도 전천군 지평리를 발사장소로 택했다. 지난 5월 14일 화성-12형과 지난 4일 화성-14형 미사일은 평북 구성시 인근에서 쐈다. 당초 미국 언론들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평북에서 쏠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 등 미사일 발사 장소를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
 특히 김정은의 동향은 기만전술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한 동안 나타나지 않다 등장하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 발사, 측근 처형 등의 사건이 일어났다”며 “김정은이 지난 12일 화성-14형 개발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보름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27일 평양시 서성구역 연못동에 위치한 6ㆍ25전쟁 전사자 묘역(북한은 조국해방전쟁열사묘라 부름)에 나타나 화환을 진정했다”고 말했다. 아무일이 없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면서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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