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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창립이래 최대 혹한기…허창수 “위기보다 희망을 논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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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 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 단체 가운데 맏형격이던 전경련은 지난해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에 연루되면서 조직이 사실상 와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10대 그룹 중 6곳 탈퇴 이어 #22개층 쓰던 LG그룹사도 이사 #이낙연 총리 등 전경련 행사 참석 #'새 정부와 심리적 고비 넘었다' 관측

 허창수 전경련 회장(GS회장)은 27일 “전경련은 기업인들이 도전과 실패 앞에서 희망과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되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날 제주에서 열린 ‘2017 전경련 CEO 하계포럼’ 개회사에서 “우리 기업인들은 숱한 고난과 위기 속에서도 좌절보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지금은 위기보다는 희망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연합뉴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연합뉴스]

 제 31회를 맞는 전경련 하계포럼은 최고경영자들 간 경영정보와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로, 올해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학철 3M 수석부회장, 최영진 전 주미대사, 배상민 KAIST 교수, 문경안 볼빅 회장 등이 참여했다.

 허 회장은 희망을 이야기 했지만 전경련은 1961년 설립 이래 가장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과거 전경련이 맡았던 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은 사실상 대한상공회의소로 넘어갔다.

 실제 최순실 사태 이전 600여개 넘던 회원사가 400개 수준으로 떨어졌고, 10대 그룹 중 삼성·포스코·현대차·SK·LG·KT 등 6곳이 탈퇴했다. 위상도 위상이지만 당장 돈 문제도 크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빌딩 앞 모습.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 전경련 빌딩 앞 모습. [중앙포토]

 전체 회비 약 500억원 중 절반 정도가 탈퇴한 4대 그룹(삼성·현대차·LG·SK)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서울 여의도에 있는 50층 짜리 전경련 건물에서 22개층을 쓰던 LG CNS, LG화학 등 LG 그룹사들이 서울 마곡지구와 상암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임대수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전경련 측은 현재 입주기업을 알아보고 몇 곳과 협상중이지만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조직을 축소할 수 밖에 없어 전경련 직원들은 이미 기존 180여명에서 100명 정도로 줄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인력도 20여명에서 10명으로 줄었다.

 허 회장은 당초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치려 했지만 마땅한 후임 회장을 찾지 못해 올해도 회장직을 맡았다. 지난 2011년 이후 6년째다. 비록 최순실 사태로 공공의 질타 대상이 돼 버렸지만 허 회장은 정경유착을 끊기 위한 전경련 혁신방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에 전경련 내부에서도 “본인 기업도 아니고 상근직도 아닌데 대단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7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환영 만찬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7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환영 만찬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분간 전경련의 시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때 탈퇴한 4대 기업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당장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이번 하계포럼에 김진표 의원을 비롯해, 앞서 지난 24일 열린 ‘2017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고위 관료가 전경련 행사에 참석하면서 심리적인 ‘한 고비’를 넘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파트너십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신호”라며 “경제 단체간에도 적절한 경쟁은 필요한 만큼 전경련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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