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 시험발사 초읽기...무르익는 대북제재안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무시할 수 없는 기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대북제재안 논의에 속도가 붙고있다.

헤일리 미국대사, "진전을 보이고 있다" #고강도든 저강도든 곧 제재안 마련될 듯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2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내 대북제재 논의에 진전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북한이 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직후 미국이 중국 측에 건넨 초강경 대북제재안이 중국의 반대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뒤집는 발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사진 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사진 연합뉴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매일 중국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약한 게 될지 강한 제재안이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도 진지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강력한 제재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논의의 진전을 위해 다소 약한 수준의 제재안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스탠스를 고쳐잡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원하는 제재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 북한 인력수출 금지, 비행ㆍ항해 제한 등의 고강도 일색이다.

북한이 쏘아올린 미사일이 ICBM급인지 아닌지를 놓고 러시아 등이 이견을 보인데 대해 그는 “모든 유엔 구성원이 ICBM이라는데 합의를 봤다”면서 “ICBM이라는 문구를 제재안에 넣을지 말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지금 어느 수준까지 왔고, 논의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지 파악이 어렵지만 분명히 움직임이 있다”면서 “지난해 석탄 관련 제재안처럼 석 달 가까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북한의 ICBM 기술 수준이 내년이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했다.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기존 분석과 전망을 절반 수준으로 앞당긴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회유를 무시하고 있다. 북한이 이르면 휴전협정 체결 64주년인 오는 27일 ICBM을 또 쏘아올릴 것이란 보도 또한 잇따르고 있다. ICBM의 재진입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마지막 준비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탄도미사일 발사 장비를 실은 수송차량이 지난 21일 평안북도 구성에 도착했다. 발사장비가 포착되면 통상 6일 안에 실제 발사가 이뤄졌다는게 미 국방부 측의 설명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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