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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여름이면 눈이 뻑뻑 … 좋다는 인공 눈물 써도 왜 안 낫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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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1일 오후 사무실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이 업무 도중 건조하고 뻑뻑해진 눈을 마사지하고 있다. 실내에서 장시간 에어컨을 틀어 놓으면 안구건조증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임현동 기자]

21일 오후 사무실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이 업무 도중 건조하고 뻑뻑해진 눈을 마사지하고 있다. 실내에서 장시간 에어컨을 틀어 놓으면 안구건조증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임현동 기자]

연극배우 윤현진(23·여·서울 성북구)씨에게 인공 눈물은 여름철 필수품이다. 3년 전 시력교정술(라섹)을 받은 후 안구건조증이 생겼다. 윤씨는 “유독 여름만 되면 눈이 더 뻑뻑하고 아프다”며 “특히 에어컨을 켜 놓으면 증상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하루 3~5번 인공 눈물을 넣지만 효과는 그때뿐이다. 그는 “인공 눈물을 많이 넣는 것이 눈에 해롭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냉방의 계절 … 안구건조증 주의보 #눈물막엔 점액층·수성층·지방층 #어느 부분에 문제 생겼는지 따져 #자기에게 맞는 성분 제품 골라야 #의사 진단 필수 … 6개월마다 점검을

안구건조증은 습도가 높은 여름엔 적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2015년 안구건조증 환자는 여름(6~8월)이 452만6578명으로 봄(3~5월, 472만7695명) 다음으로 많았다. 또 가을보다는 25만여 명, 겨울과 비교하면 4만여 명 많다. 지난해 8월 안구건조증 환자는 32만5335명으로 환절기인 3월(33만1679명)과 비슷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잘 분비되지 않거나 ▶눈물이 너무 쉽게 증발해 발생한다. 눈물 자체가 적어 생기는 안구건조증은 10%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눈물을 잘 잡아두지 못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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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자주 끼거나 눈 화장 하면 잘 걸려

사실 계절 특성만 보면 덥고 습한 여름은 다른 계절보다 안구건조증이 덜 발생해야 한다. 혈액순환이 잘되고 습도가 높아 눈물이 잘 날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봄과 비슷하게 여름에도 눈에 탈이 나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에어컨·선풍기 같은 냉방기기 때문이다. 7, 8월 평균 습도는 70~85% 수준이다. 하지만 실내에서 에어컨을 한 시간 틀면 습도가 40% 이하로 떨어진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는 3~4월 평균 습도(50~70%)보다 낮다. 공기가 건조할수록 눈물은 쉽게 달아난다. 더울 때 선풍기 바람을 얼굴에 직접 쐬는 것도 눈에 좋지 않다.

안구건조증의 병세가 비슷하다고 해도 에어컨 아래서 불편함을 더 느낀다. 여름마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진다는 심상민(31·서울 성북구)씨는 “낮보다 밤, 실외보다 실내에서 눈이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정태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눈의 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통증을 느끼는데, 이 신경은 춥고 건조할 때 자극을 더 받는다. 여름에는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어 놓고 일을 하기 때문에 안구건조증을 느끼기 쉽다”고 설명했다.

유행성 각결막염·안검염(눈꺼풀염증) 등 여름철에 증가하는 안질환도 안구건조증을 유발한다. 염증물질은 눈물 분비를 줄인다. 또 눈물을 붙잡는 눈물막을 약하게 만든다. 질환을 치료했어도 눈이 회복되기까지 몇 주간 안구건조증이 지속될 수 있다. ▶렌즈를 자주 끼는 사람 ▶눈 화장을 하는 여성 ▶고령자는 안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

안구건조증은 단순히 눈이 건조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물감·가려움·통증·시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시력 저하도 안구건조증의 증상 중 하나다. 눈물은 눈을 보호하는 동시에 사물의 초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유리창에 물을 뿌린 뒤 마르면 불규칙한 얼룩이 지는 것처럼 눈물이 마르면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주변이 흐리게 보인다.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시력 저하는 오후에 심하고 주변 환경에 좌우된다는 특징이 있다. 에어컨을 튼 실내에서는 눈이 잘 보이지 않다가 야외에서 선명하게 보이면 안구건조증일 가능성이 크다.

안구건조증에 쓰는 가장 흔한 치료법은 인공 눈물이다. 눈에 넣으면 뻑뻑하거나 눈이 부시는 증세가 줄어든다. 박성표 강동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눈에 상처가 나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이 건조증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인공 눈물의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은 염증물질을 일부 제거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고 말했다.

눈물막은 점액층·수성층·지방층으로 구성돼 있다. 점액층은 눈의 표면과 눈물(수성층)을 결합시키고, 지방층은 눈물을 덮어 증발을 막는다. 이들 3개 층이 균형을 이뤄야 눈물이 잘 보존된다.

인공 눈물은 제품마다 성분·함량·효과가 다르다. 눈물층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겼는지 따져 제품을 써야 한다. 일반인에게 가장 익숙한 히알루론산나트륨·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나트륨(CMC)은 고분자라 주변의 물을 잘 끌어당긴다. 수성층 문제로 안구건조증이 생긴 경우 효과가 크다.

하지만 다른 원인으로 인한 안구건조증에 이런 성분을 쓰면 효과가 작다. 봄부터 안구건조증이 심해진 김모(74·서울 은평구)씨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 약국에서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의 인공 눈물을 구입해 썼다. 그러나 효과가 크지 않아 하루 10번 이상 사용하는 날도 있었다. 최철영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는 “검사 결과 김씨는 지방층이 줄어 안구건조증이 생겼는데 엉뚱하게 눈물을 보충하는 인공 눈물을 써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질 성분이 포함된 인공 눈물을 5주 사용하고 온찜질을 한 뒤에야 안구건조증상이 나아졌다.

김씨처럼 눈물막 가장 바깥쪽에 있는 지방층이 부족할 땐 글리세린·글리콜 성분이 포함된 인공 눈물을 쓰는 게 좋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안구건조증은 주로 지방층이 문제다.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샘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여기에서 나온 기름이 지방층을 만든다. 기름의 양이 적거나 기름의 질이 떨어질 때 안구건조증이 생긴다. 이 경우 인공 눈물을 쓰면서 온찜질을 하고 눈꺼풀을 잘 씻은 뒤 오메가3 지방산을 먹으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점액층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디쿠아포솔나트륨 성분이 함유된 인공 눈물을 써야 한다. 이 성분은 점액층의 주요 구성 성분(뮤신)의 분비를 돕는다.

에어컨·선풍기 바람 직접 쐬지 말아야

일반인은 안구건조증의 원인을 스스로 정확히 알기 어렵다. 또 염증·상처 때문에 생긴 심한 안구건조증일 때는 인공 눈물 효과가 작다. 안과를 찾지 않고 약국에서 인공 눈물을 사서 쓰다가는 자칫 증상이 악화되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대한안과학회지(2015년)에 0.1%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의 인공 눈물 부작용 사례가 실렸다. 74세 여성이 10년 동안 하루 네 번 이상 이걸 쓰다 독성 각막염에 걸렸다. 이 환자는 시력교정·백내장 수술을 받아 각막이 약해진 상태였다. 의사 처방 없이 인공 눈물을 쓰다 상태가 악화됐다. 인공 눈물 사용을 중단하고 의사 지시에 따라 염증 치료제(자가혈청 안약)를 사용한 결과 1개월 뒤 시력이 좋아지고 염증도 줄었다.

삼성서울병원 정태영 교수는 “장기간 인공 눈물을 쓸 때는 6개월에 한 번 안과를 찾아 눈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최철영 교수는 “안구건조증 치료는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름에는 ▶실내 습도를 40~70%로 유지하고 ▶에어컨·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지 말며 ▶실내에서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안구건조증에 쓰는 인공 눈물 … 원인 따라 일반약·전문약 달라

인공 눈물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구입하는 전문약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수 있는 일반약이 있다. 히알루론산 성분(0.1%, 0.18%)의 인공 눈물은 적응증에 따라 갈린다. 성분은 같아도 눈 건조감 완화 목적일 경우 일반약, 각막·결막 상피세포 치료용은 전문약이다. 그런데 일반약도 약국에 비치된 게 별로 없어 의사의 처방을 받아 구입할 때가 많다.

눈물막의 지방층이 부족할 때 쓰는 글리세린·글리콜 성분의 인공 눈물은 일반약이다.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점액층에 문제가 있을 때 사용하는 디쿠아포솔나트륨 성분은 전문약에 속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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