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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김지형 위원장이 거론한 독일 탈원전 결정 과정 맞는 얘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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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의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를 이끄는 김지형 위원장은 24일 결정기간(석 달)이 짧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우리에게 위안거리”라며 독일 사례를 들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독일은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윤리위는 8주간에 걸쳐서 찬반 논의를 했다. 이것을 TV를 통해서 11시간 생중계했다. 이후 시민들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서 내각에서 8시간 토의를 한 뒤에 탈원전을 최종 결정했다.”

탈원전 결정은 건설 중단 결정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발언대로라면 독일은 그 탈원전 결정도 우리보다 짧은 시간 안에 했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최근 슈테판 하우어 주한 독일대사가 국회에서의 한 발언(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토론회)은 전혀 다르다. 하우어 대사는 “독일의 탈원전은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오랜 공론화의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실제 독일에선 1970년대부터 원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1998년 출범한 사회민주당(사민당·SPD)·녹색당 연정이 ‘단계적 탈원전’을 목표로 정했다. 이듬해 연방정부가 에너지기업들과 협상을 시작했고 2년 후인 2001년 연방정부와 에너지기업들이 정치적 합의를 했다.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됐다. 2009년 출범한 기독민주당(기민당·CDU) 정부는 탈원전 방침을 철회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후엔 철회하려던 방침에서 물러서야 했다. 이 방침 철회는 연방정부의 단독 결정이 아니었다. 의회에서도 표결로 추인받았다.

 대통령 공약이란 이유로 건설 중이던 원전 사업을 중단시키고 그 운명을 공론화위과 시민배심원단에 맡기는 일이 독일에선 없었다는 얘기다. 또 정부와 에너지기업과의 협상에만 수년이었다. 탈원전 결정은 결과적으로 독일 양대 정당인 기민당·사민당이 수십 년 토의한 결과였다.

이 때문에 우리 정치권에서도 탈원전 여부를 국회에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에 이어 국민의당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대응에 나섰다. 바른정당도 “(공론화위 통한 결정은) 현행법 위반이고 행정절차상 결격 사유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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