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안한 21일 군사회담 개최 하루 앞두고 나흘째 침묵하는 북한

중앙일보

입력

2015년 8월 25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마지막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8월 25일 판문점에서 열렸던 마지막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숨 고르기인가, 아직도 고민 중인 것인가.

우리 정부의 지난 17일 군사 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등 패키지 남북회담 개최 제의에 대해 북한이 나흘째인 20일 현재 가타부타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의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20일자 ‘온 민족이 대단결에 통일이 있다’는 제목의 정세논설에서 “남조선 당국이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여론 기만행위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또 “북남 사이의 화해와 단합의 가장 큰 장애물은 동족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적대감”이라며 “남조선 당국은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북남 관계를 개선해 나가기 위한 우리의 선의와 노력은 외면하고 외세와의 ‘동맹’과 ‘대북압박 공조’의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족의 대단결은 시대의 요구이며 온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이라며 대화 가능성의 불씨는 남겨뒀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 이후 모든 남북 간 통신채널을 단절한 상태여서 언론을 통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노동신문의 부정적 논조에 대해 실망스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8월 10일 도라전망대 남북 통신연락소에서 군 관계자들이 북측과 시범통화를 실시하는 있다. 이와 같은 남북간 통신선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모두 끊겼다.  [연합뉴스]

지난 2005년 8월 10일 도라전망대 남북 통신연락소에서 군 관계자들이 북측과 시범통화를 실시하는 있다. 이와 같은 남북간 통신선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모두 끊겼다.  [연합뉴스]

노동신문 정세논설 외 우리의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답변은 감감무소식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사회담과 관련해 아직 북측의 반응은 없고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군 통신선을 계속 열어두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리 측은 항상 수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에선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결국은 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으로선 고민거리 중 하나인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이 회담 제안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더라도 대표단 명단 교환과 회담장 마련 등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21일 회담 개최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호응을 하더라도 일정과 의제를 수정해서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서는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주장한 북한이 다음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 요구 등 역제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7·6 베를린 구상’ 후속 조치로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논의할 적십자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각각 제의했다. 정부가 북한에 제시한 회담 일자는 21일(남북 군사 당국회담)과 8월 1일(남북 적십자 회담) 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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