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함께 나누고 손 잡아 주고 … 행복 키우는 '착한 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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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사회적 기업 10개 선정
지난 2007년 시행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이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청년·장애인·돌봄·시니어·교육·자원순환·문화예술·먹거리·지역활성화·글로벌 등의 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사’를 자처한 사회적기업을 분야별로 선정, 10개 기업을 공개했다. 진흥원은 이를 위해 지난 5월 총 145개 기업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6월에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과 함께 공익 캠페인을 지원하고 네티즌 투표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약 1만여 명의 네티즌이 자신이 지지하는 기업에 응원투표를 날렸다. 이를 토대로 총 5000만원의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지원금이 배분될 예정이다. 중앙일보의 기업 사회공헌활동 섹션인 시선집중(施善集中)은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들 10개의 기업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일상에서 다양한 문제를 혁신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사회적기업(소셜벤처)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1만여 명 네티즌이 직접 투표해 #프로젝트 지원금 5000만원 배분 #청년 주택·장애인 취업 등 분야에 #다양한 문제 혁신적으로 풀어내

‘청년’ 셰어하우스 우주 

셰어하우스 기업 ‘우주(WOOZOO)’는 2030 청년들의 주거 문제에 ‘공유’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사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셰어하우스 기업 ‘우주(WOOZOO)’는 2030 청년들의 주거 문제에 ‘공유’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사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2030 청년의 주거. 그 복잡한 문제에 ‘공유’라는 해결책을 제시한 이들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셰어하우스 기업 ‘WOOZOO(우주)’다.

셰어하우스는 이미 일본과 유럽 등에서는 익숙한 주거 형태이다. 아파트나 빌라 등에 여러 명이 함께 사는 모양이다. 거실·부엌·욕실 등 공용 공간은 함께 이용하고 방은 1~3명이 나눠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우주는 경제적 기반이 약한 청년층의 특성을 고려해 보증금을 100만원대로 낮췄다. 치안 문제를 고려해 교통이 편리한 안전한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보안 장비 등도 갖추고 있다. 가구·가전·생활집기 등의 풀옵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서울 곳곳에 위치한 덕분에 주거 선택의 폭도 넓다.

우주는 입주 청년을 ‘우주인’으로 명명하고 하나의 개성을 부여한다. 1년에 2회 이상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다양한 사회 경험과 관계망 확장도 돕는다. 최근에는 우주인을 위한 맞춤형 생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짐 보관 서비스, 청소 서비스, 의식주와 관련된 다양한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물리적 주거 문제를 해결한 것을 넘어 삶 전반의 문제를 살피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나아간 것이다.

셰어하우스 우주는 서울 시내 총 57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셰어하우스 기업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누적 입주 신청자 수는 약 7000명, 재계약률은 평균 75%이다. 올 하반기까지 우주는 100개의 셰어하우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건물 전체를 셰어하우스로 운영하는 등 건축적인 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드림위드앙상블

발달 장애인 클라리넷 앙상블 ‘드림위드앙상블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발달 장애인 클라리넷 앙상블 ‘드림위드앙상블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발달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처럼 자신의 전공을 살려 직업을 정할 수 있다면 그 전공으로 ‘4대 보험’을 적용받는 정규직이 된다면 어떨까. 이 같은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클라리넷 동호회 소속 발달 장애인의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전문 연주자로 키우기 위해 뭉쳤다. 국내 최초의 발달 장애인 클라리넷 앙상블인 ‘드림위드앙상블’이다.

보통 발달 장애인의 음악 교육은 ‘전문성’보다 ‘치료교육’ 혹은 ‘재활’이 주 목적이다. 하지만 드림위드앙상블 단원들은 프로 못지않은 연습 양을 소화하며 ‘소음이 화음 되기까지’ 실력을 키웠다. 이때 좋아하는 분야에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발달 장애인들의 특성이 빛을 발했다.

서울의 한 발달 장애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파트로 만난 단원들과 지도자 선생님은 지난 2015년 3월 클라리넷 앙상블로 독립했다. 이어 2015년 성남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창업 공모사업에 선정돼 8개월간의 멘토링 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 인가를 받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출근할 직장이 있다는 것, 자신의 음악적 재능으로 직업활동을 한다는 사실은 단원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실제로 한 단원의 어머니는 드림위드앙상블을 통해 20년 가까이 쏟아 부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답 받게 됐다며 기뻐했다. 음악에 대한 자녀의 재능을 일찍이 발견하고 교육시킨 것이 바로 어머니였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주변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 길만이 자녀가 행복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교육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의 노력은 이제 결실을 맺었다. 연주활동 덕에 조금씩 수익이 생겼고 앙상블 활동이 TV를 통해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드림위드앙상블의 꿈은 미국 카네기홀에서 시각 장애인 뮤지션인 스티비 원더와 한 무대에서 ‘Sir Duke’ 합주 공연을 하는 것이다. 그간의 무대에서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단원들은 스티비원더와 한 무대에 서서 장애를 넘어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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