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원전도 화력발전도 줄인다. 그럼 전력부족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9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노기경 고리원자력본부장(왼쪽)과 반핵시민운동에 앞장선 하선규 부산 YWCA 전 회장(가운데)과 함께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탈(脫)원전에 대한 방침을 밝혔다. [중앙포토]

지난달 19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노기경 고리원자력본부장(왼쪽)과 반핵시민운동에 앞장선 하선규 부산 YWCA 전 회장(가운데)과 함께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탈(脫)원전에 대한 방침을 밝혔다. [중앙포토]

“새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탈(脫)원전 정책 추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고 챙기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승격해 위상을 높이고, 원안위의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 60번째 목표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전환’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통령 직속 전환,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 포함 #공론화 할 신고리 5, 6호기 건설 백지화 중단 염두에 둔 것 논란 일수도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 제시는 부족

그러면서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했다. 가동 중인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는 이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고 했다.

국정기획자문위가 제시한 '탈원전' 관련 국정목표 내용. [자료 국정기획위]

국정기획자문위가 제시한 '탈원전' 관련 국정목표 내용. [자료 국정기획위]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해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밝힌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이 같은 문 대통령의 탈 원전 선언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국정기획위는 60번째 국정 목표로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원전 신규 건설계획(추가 6기)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향후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탈원전 로드맵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원전 제로(0) 시대로 이행하겠다”는 과제목표를 밝혔다.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변경하고 위원 구성의 다양성·대표성을 확보하겠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향후 원안위 위원의 구성은 과거 원자력 관계자들 위주였던 것에서 원전 건설 지역 주민, 환경 관련 전문가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정기획위가 밝힌 ‘원전 신규 건설계획(추가 6기)  백지화’ 내용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국정기획위가 밝힌 백지화 원전 목록에 신고리 5, 6호기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가 말한 신규로 건설되는 6기의 추가 원전은 경북 울진에 건설하려던 신한울 3, 4호기와 경북 영덕에 지으려던 천지 1, 2호기에 울산 울주군에 짓고 있는 신고리 5, 6호기다.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 2호기도 건설 중이지만 공정률이 90%를 넘어 완공을 앞두고 있기에 현재 정부는 이 세 원전에 대해선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신한울 3, 4호기는 설계용역 단계에서, 천지 1, 2호기는 부지매입 단계에서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신고리 5, 6호기다.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 영구중단 여부는 향후 할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된다. 국정기획위의 목표만 보면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결과가 나오기 전에 건설계획의 백지화를 가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국정기획위는 탈원전 방침을 밝히면서도 그로 인한 전력부족 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국정위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발전용 연료 세율체계를 조정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통해 전력 다소비형 산업구조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2018년까지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차등적으로 조정하고, 2019년에 단계적 요금 현실화를 위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여기에 국정기획위는 원전 및 석탄의 지속적 축소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분산전원의 활용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정기획자문위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관련 국정목표 내용. [자료 국정기획위]

국정기획자문위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관련 국정목표 내용. [자료 국정기획위]

이 같은 내용은 37번째 국정목표인 ‘친환경 미래 에너지 발굴ㆍ육성’에도 담겼다. 국정기획위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년 20%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과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소규모 사업자의 안정적 수익 확보를 위한 전력 고정가격 매입제도 도입,풍력 등 계획입지제도 도입, 신재생 이격거리 규제 개선 등의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구체적인 방안은 부족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 방침대로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공백을 메우는 게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며 “원전 정책을 포함한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