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제안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핵보유국 지위를) 괴롭더라도 인정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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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밝힌 ‘7·6 베를린 구상’에 대해 첫 반응을 내놓았다. 제안 9일만인 15일자 노동신문에 조남수 개인 명의로 낸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진로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서다.
 북한의 첫 반응은 차가웠다. 문 대통령의 제안 가운데 “6.15와 10ㆍ4 선언에 대한 존중과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지칭)과는 다른 입장이 담긴 것에 대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서두에 평가한 것을 제외하곤 8600자의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밝힌 ‘5대 정책방향’과 ‘4대 제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 추진 방침에 대해 북한은 “이미 때는 늦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은 논평에서 “우리가 핵을 갖지 못 했을 때에는 조미 평화협정 체결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상전(미국)의 뒷다리를 잡아당기더니 최강의 핵무력을 보유하게 된 오늘에 와서 무슨 큰 관심이라고 있는 듯이 고아대고(떠들고) 있는 것은 철면피하고 누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조건과 가능성도, 평화협정 체결의 분위기와 환경도 달라졌다는 것을 괴롭더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보유 국가로서 더이상 과거와 같은 조건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5년 10월 이수용 당시 북한 외무상이 유엔 연설에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요구했으나 한미가 수용하지 않은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후 북한은 2016년 4·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또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면 (김정은 위원장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선 "전제조건 있는 대화 제안은 보수정권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기대 이하"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산가족 상봉, 체육 교류 등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근본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논평은 개성공단 폐쇄, 금강산관광 중단 등을 적시하면서 “북과 남이 제2의 6.15 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떼어야 할 첫 발자국은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16일 “북한이 한마디로 일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첫 반응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며 “향후 부처간 조율을 거쳐 베를린 구상 이행계획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계기로 이번주 중 북한에 군사분계선(MDL) 적대행위 상호 중단을 논의하기 위한 군사실무회담을 제안하는 방안을 놓고 최종 조율중이다. 군사회담이 열릴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북한 무인기 정찰 등이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수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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