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이르면 2006년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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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06년부터 호주(戶主)제가 폐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 호적 대신 국민 개개인이 신분을 등록하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로 바뀐다. 여기에는 호주가 없어지고 개인의 출생.혼인.사망.입양 등 신분 변동 사항과 함께 부모.배우자.자녀가 기록된다. 형제자매는 적지 않는다.

또 재혼.이혼 가정의 경우 자녀의 성(姓)을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새아버지(繼父) 또는 어머니의 성과 달라 고통을 겪는 재혼.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가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친아버지(生父)의 성 대신 새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성으로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는 21일 법조인.법학자.시민단체 등이 참가한 '가족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다음주 초께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민법 개정안은 현행 민법(제778, 779조)에 규정된 호주 및 가족의 범위를 삭제했다. 따라서 호주라는 개념과 '가족(家)'이라는 개념이 민법에서 아예 사라지게 된다. 또 여성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호주가 바뀌거나 자녀가 호주를 승계하는 일 등이 없어질 전망이다.

논란이 됐던 자녀의 성은 지금처럼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 조항을 뒀다. 즉 결혼할 때 부부가 합의하면 예외적으로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르도록 했으며 형제자매는 동일한 성.본을 따르도록 했다.

법무부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적을 없애야 하는 점을 감안해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호적의 대안으로는 부부를 단위로 한 '가족부'와 개인별 호적을 갖는 '1인1적제'를 놓고 법무부.여성계 등이 강하게 대립해 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올 정기국회에 민법 개정안과 함께 호적법 개정안까지 제출하기에는 촉박해 호적을 관장하는 대법원에 호적법 개정을 권고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민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된 때로부터 2년 후 시행토록 정하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2006년부터 개정 민법과 신분등록법이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유림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올 연말까지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호주제=호주란 집안의 기둥이라는 뜻이며, 호주제는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민법상의 가족제도다. 남자를 중심으로 승계되는 게 특징이다. 호적이란 호주제에 따라 국민 개개인의 신분변동 사항을 기록한 공문서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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