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5호 심정수 43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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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미국의 저명한 야구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의 첫장을 타격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맨 처음 쓴 단어는 '두려움'이었다. 타자는 미사일같이 날아오는 공과 맞서 무섭다는 느낌과 싸워야 한다고 코페트는 설파했다.

그러나 공포는 타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공을 피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반응을 이겨낸 타자의 힘찬 스윙은 투수에게는 또 다른 두려움의 대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우 슬러거 이승엽(삼성.사진(上))-심정수(현대.사진(下))는 분명히 상대 투수를 제압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이승엽.심정수가 21일 나란히 홈런포를 쏘았다. 최근 '홈런 시소게임'을 벌였던 두 선수는 8월 들어 처음으로 같은 날 대포를 터뜨리며 본격적인 홈런 레이스의 출발을 알렸다. 이제 국내 야구팬들도 1998, 99년 메이저리그를 달궜던 마크 맥과이어(전 세인트루이스)-새미 소사(시카고 컵스)의 홈런 대결에 못지않은 한국 최고의 홈런 레이스를 목격하게 됐다.

홈런 선두 이승엽은 문학 SK전에서 0-1로 뒤진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SK의 왼손 선발 김영수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시즌 45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승엽으로서는 지난 19일 대구 더블헤더 두 경기 연속 홈런에 이은 세경기 연속 홈런이다.

이승엽의 홈런 소식이 알려진 뒤 심정수는 잠실 두산전에서 1-0으로 앞선 7회초 두산 선발 손혁으로부터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뽑아냈다. 시즌 43호.

투수를 향해 뿜어내는 두 선수의 위압감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승엽이 물처럼 부드러운 스윙을 바탕으로 타이밍 위주의 타법을 구사한다면 심정수는 이승엽에 비해 약 80g 가벼운 8백50g짜리 방망이를 젓가락처럼 휘두르는 파워를 앞세운다. 이승엽이 올시즌 홈런 45개 중 약 30%를 초구 홈런으로 장식하는 등 '노림수'에 강하다면 심정수는 '기다림'에 강하다.

현대는 심정수의 쐐기 홈런포와 시즌 11승을 챙긴 선발 바워스의 호투를 앞세워 두산을 4-1로 꺾었다. 그러나 이승엽이 이끈 삼성은 SK에 1-3으로 졌다.

LG는 사직 롯데전에서 1회 알칸트라의 결승 3점 홈런에 힘입어 9-5로 승리, 최근의 6연패에서 벗어났다.

이태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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