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북한문제 불끄려는 데 기름 부어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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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독자 제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중국 책임론’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의 사자성어에 빗대 미국과 일본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작심한 듯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선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중앙포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중앙포토]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사람의 일을 지휘하려만 하고 자신은 일을 하지 않아서는 안 되며(甩手掌柜·솔수장궤), 목적을 이룬 뒤 도와준 사람의 은혜를 모른 척 해서도 안 되며(過河拆橋·과하탁교), 등 뒤에서 칼을 찔러서도 안 된다(背後捅刀·배후통도)”며 사자성어 세 가지를 연달아 소개하며 중국 책임론에 반박했다. 또 “한반도 정세를 완화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상대와 마주해야 한다”며 불만을 표현했다.

배은망덕하단 뜻 사자성어로 미국 일본 비판 #"중국 책임론은 남에게 책임 미루려는 것"

그는 중국이 북한에 더 많은 조처를 해야 한다는 미국과 일본의 주장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환구시보 기자의 질문에 “북핵 문제의 핵심은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며 북핵 문제의 본질은 안보 문제”라며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북핵 문제 갈등의 초점은 중국이 아니며 최근 긴장을 고조시키는 나라 역시 중국이 아니며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할 열쇠 역시 중국의 손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겅 대변인은 “최근 일부에서 한반도 핵 문제에서 이른바 중국 책임론을 과장해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정확한 이해가 결여된, 다른 마음을 품고 책임을 남에게 미루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안보리 추가 제재에 대해선 “중국이 힘써서 불을 끄려 하는데 누군가 도리어 불씨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또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한치의 어김도 없이 준수하는데 누군가는 중국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리를 침범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이어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데 누군가는 구실을 찾아 중국의 안보 이익에 손해를 끼치려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노력이 어떻게 효과를 거두며, 정세가 어떻게 완화될 것이며, 핵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겠는가”라며 미국과 일본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겅 대변인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고 여러 사람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며 “관련 당사국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자신이 지어야할 책임을 다하며, 중국과 함께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인 해결의 궤도로 돌아다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겅 대변인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한반도 핵문제에서 ‘중국 책임론’은 끝내도 좋다”고 못박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겅솽 대변인이 쓴 사자성어 3가지

-다른 사람의 일을 지휘만 하고 자기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甩手掌柜·솔수장궤)
-강을 건넌 뒤 다리를 부숴 버리다. 배은망덕하다는 의미(過河拆橋·과하탁교)
-등 뒤에서 칼을 꽂다(背後捅刀·배후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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