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라크, IS 거점 모술 탈환했지만 … 참전 세력끼리 ‘새로운 전쟁’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라크 연방경찰들이 9일 정부의 ‘모술 해방’ 공식 선언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연방경찰들이 9일 정부의 ‘모술 해방’ 공식 선언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정부가 9일(현지시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대 거점도시인 모술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모술은 IS 지도자 아부 바그다디가 정부 수립을 선포한 상징적 장소이자 IS의 돈줄이다. 주요 유전지대가 있고 터키로 향하는 송유관과도 인접해 있어서다.

정부군·민병대 등 이해관계 얽혀 #가디언 “IS 추종자 계속 생길 수도”

모술 탈환으로 IS 격퇴전은 전환점을 맞았다. 하지만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참전 세력의 복잡한 이해 관계가 불씨가 될 전망이다. IS 격퇴엔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의 정규군과 시아파 민병대, 쿠르드자치정부군,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 수니파 부족이 꾸린 무장조직 등이 참여했다. 수니파 국가인 터키도 이라크 내 수니파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포병을 파병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시아파 민병대는 IS가 점령했던 수니파 지역을 탈환하는 작전에 참여하면서 수니파 주민들에게 보복 폭력을 저지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라크 정부로선 쿠르드자치정부도 골칫거리다. IS 격퇴 과정에서 자체 군 조직인 페슈메르가를 동원해 존재감을 부각한 쿠르드자치정부는 이 기회에 독립 정부를 수립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도시 재건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모술엔 약 100만 명의 피난민이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병에 걸렸거나 영양실조 상태다. 영국 가디언은 “평화가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재건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부가 IS 격퇴 이후의 전략을 명확히 내놓지 못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권력 공백과 치안 부재 상황 속에서 IS가 자라난 전례를 밟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IS는 영토를 잃을 순 있지만 그 이데올로기 자체가 정복당한 것은 아니고, 이들의 추종자는 계속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아파 이라크 정부가 2500만 명에 달하는 수니파를 끌어안고 재건 과정에 참여시키도록 미국이 외교적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라크에서 맺어진 ‘IS 격퇴를 위한 동맹’이 ‘경제 재건을 위한 동맹’으로 바뀌지 않으면, 이라크는 패권 경쟁과 대리전이라는 또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