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유 세율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6월 26일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몇 단계로 나눠서 경유 전체의 소비를 줄여 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7월 6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불과 열흘 새 책임 있는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서 전혀 다른 발언이 나왔다. 세금 제도를 총괄하는 기재부 세제실장의 공식 발표를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의 수장이 뒤엎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 부처와 국정기획위 간 이런 ‘엇박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에 대해 2년 유예를 주장했다. 반면 관련 부처인 기재부와 국세청은 애초 일정대로 내년 시행을 위해 종교인들과 만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권한을 이양하는 여러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8대 2에서 6대 4로 고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의 구조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놓고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혼선이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은 김 부총리를 비롯한 소수의 경제관료를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둘러싼 모양새다. 이들의 협치 여부에 따라 시너지가 날 수 있지만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청와대 정책실 등과의 조율이 부총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 “원팀(One team)으로 원보이스(One voice)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처음 만난 자리에서다. 장 실장은 “경제 비전과 계획은 당연히 부총리가 이끌어 간다”고 말했다.
이런 약속이 허언(虛言)이 돼선 안 된다. 특히 국정기획위가 정부 발표에 대놓고 어깃장을 놓으면 정부 정책의 신뢰성은 떨어진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피해자는 관련 업계 종사자와 국민이다. 당장 “경유세에 대한 정부의 진의를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현안을 둘러싼 경제팀 내 치열한 논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여러 목소리가 외부에 쏟아져 나오는 행태가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하남현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