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합법도 불법도 아닌 '폭염 그늘막'... 도로 시설물로 지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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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그늘막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서울 동작구의 그늘막. 서울시는 법 개정을 통한 그늘막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 동작구청] 

폭염 그늘막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서울 동작구의 그늘막. 서울시는 법 개정을 통한 그늘막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 동작구청] 

폭염을 피하는 그늘막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좋자 서울시가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늘막을 도로법 2조에 따른 ‘도로 부속 시설물’로 지정하기 위해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그늘막 설치와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자치구 차원에서 설치하는 그늘막에 대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와 도로법 개정 협의 중 #휴게소와 같은 '지위' 갖게 될 수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도 마련

권완택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장은 9일 “그늘막을 도로법에 따른 ‘도로 부속 시설물’로 지정하는 것을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 국토부도 긍정적인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늘막이 ‘도로 부속 시설물’로 지정되면 ‘도로 휴게소’와 같은 법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 시민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물이 된다는 의미다.

여러 구청이 횡단보도 근처 등에 설치한 그늘막은 각광받고 있다. ‘생활밀착형 행정’의 결과라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동안 자치구에 그늘막 설치를 권장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권 과장은 “그늘막 설치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부분이다. 그늘막 설치가 도로법에 포함되면 ‘허가 시설물’로 인정돼 설치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늘막 설치가 제도화되면 올 여름 안에 각 구청에 그늘막 설치·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자치구마다 제각기인 그늘막이 체계화한다는 의미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그늘막 설치 방법, 위치, 관리 방법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로수가 없는 곳 위주로 설치를 유도하고,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는 위치엔 설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이다. 또 그늘막 담당자를 지정해 태풍이 불면 그늘막을 걷어내 안전사고를 예방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땀을 식히고 있다. [사진 서초구청] 

서울 서초구 교대역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땀을 식히고 있다. [사진 서초구청] 

종로구가 횡단보도 앞에 설치한 그늘막. 자치구 대부분이 기존의 행사용 천막을 재활용한다.[사진 종로구청] 

종로구가 횡단보도 앞에 설치한 그늘막. 자치구 대부분이 기존의 행사용 천막을 재활용한다.[사진 종로구청] 

중랑구도 최근 시민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을 설치했다.[사진 중랑구청] 

중랑구도 최근 시민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을 설치했다.[사진 중랑구청]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그늘막의 인기가 반영된 것이다. 그늘막은 2013년 여름에 서울 동작구가 처음 선보인 뒤 다른 구청들이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정정숙 동작구청 자치행정과장은 “구청의 한 공무원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땡볕 아래서 힘겨워하는 주민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서초구·종로구·금천구·서대문구·중랑구 등이 잇따라 이를 설치했다. 대부분의 구청들은 운동회 행사 등에 쓰이는 천막을 재활용했다. 하지만 서초구의 그늘막은 '고급형'이다. 한 개당 설치 비용이 약 200만원이다. 정경택 서초구 안전도시과장은 “안전을 위해 콘크리트 바닥을 1m 가량 뚫어 그늘막 다리를 깊숙이 심었다. 현재 구내에 있는 120개 중 50개는 대기업이 설치 비용을 대고 광고 문구를 새겼다”고 설명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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