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가봤습니다] 김정은이 미사일 개발자 대동하고 찾은 금수산태양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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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8일 0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 23주기다. 그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는 1월 1일, 2월 16일(김정일 생일), 4월 15일(김일성 생일)에 이어 올들어 네 번째다.

김정은, 올들어 네 번째 김일성 김정일 시신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번엔 권력 서열 2,3위 맨 끝으로 미루고 미사일 개발자들 양 옆에 #김일성 주석 집무하던 곳 꾸며 김일성, 김정일 부자 시신 안치 #북한 주민들, 말 한마디 안할 정도로 신성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8일 김일성 사망 23주기를 맞아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최용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이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장창하 국방과학원 원장, 전일호 당 중앙위원회 위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8일 김일성 사망 23주기를 맞아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최용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이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장창하 국방과학원 원장, 전일호 당 중앙위원회 위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사진=조선중앙통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날 김정은의 곁을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리병철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장창하 국방과학원 원장, 전일호 당 중앙위 위원 등 화성-14형 미사일 개발의 주역들이 자리했다는 점이다. 북한 권력 2ㆍ3인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용해 당 부위원장은 김정은과 같이 앞줄에 서긴 했지만 양쪽 끝으로 밀렸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북한은 김일성을 사회주의 조선(북한)의 시조라면서 김일성이 세우고,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도 붕괴되지 않도록 지켜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통해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공공연한 행동인 만큼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참배가 김일성의 기일(忌日)이기는 했지만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자신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이라고 밝힌 화성-14형 미사일 개발의 신고식 의미도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베를린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4대 제안(남북정상회담, 평창동계올림픽 초청 등)을 했지만 이에 대한 응답 대신 미사일 챙기기에 나선 모양새다.

 북한 주민들에게 금수산태양궁전은 어떤 곳일까. 이 곳은 김일성 주석 65회 생일인 1977년 4월 15일 개관했다. 김일성이 생전 집무실로 사용하면서 주석궁으로 불렸다. 94년 그가 사망한 뒤엔 1년 동안 공사를 거쳐 이듬해 금수산기념궁전으로 이름을 바꾼 뒤 북한 주민들이 수시로 이 곳을 찾고 있다. 북한은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자 이곳에서 영결식을 하고, 그의 시신도 안치한 뒤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부르고 있다.

201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금수산기념궁전의 위성 사진[사진 구글]

201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금수산기념궁전의 위성 사진[사진 구글]

광장의 대리석에 나무를 심고 조경을 한 뒤의 금수산 기념궁전. 사진은 지난 4월 구글 위성 사진[사진 구글]

광장의 대리석에 나무를 심고 조경을 한 뒤의 금수산 기념궁전. 사진은 지난 4월 구글 위성 사진[사진 구글]

 본지가 2007년 5월 취재차 이 곳을 찾았을 때 북한 주민들은 평양시내에서 ‘궁전’으로 향하는 궤도전차(2.5㎞ 거리 이동)를 탈 때부터 일체 입을 떼지 않고, 엄숙한 모습이었다. 취재를 안내했던 북한 관계자는 취재 전날 “취재 때 양복을 입어야 하고, 금속으로 된 펜이나 장비는 반입할 수 없다”는 주의를 주기도 했다. 다른 안내원은 “머리가 복잡할 때 이 곳을 다녀가면 맑아진다”고도 했다. 단순히 전직 지도자의 시신을 안치한 곳 이상의 의미다.

평양시내와 금수산태양궁전을 오가는 전용 궤도전차(트램). [중앙포토]

평양시내와 금수산태양궁전을 오가는 전용 궤도전차(트램). [중앙포토]

금수산태양궁전 정면[중앙포토]

금수산태양궁전 정면[중앙포토]

금수산태양궁전에 설치돼 있는 김일성 주석의 입상.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그의 입상도 설치했다[중앙포토]

금수산태양궁전에 설치돼 있는 김일성 주석의 입상.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그의 입상도 설치했다[중앙포토]

 건물은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지었고, 궤도전차 하차장에서 건물로 향하는 길은 무빙워크(340m의 거리를 3개로 나눠 설치)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어 발자국 소리 조차 나지 않도록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물 입구에는 공항을 연상케 하는 보안 검색대와 자동으로 신발의 먼지를 털어주는 장비(걸어가면 솔이 달린 원형 먼지털이가 돌아가는 방식)와 바닥 소독제 등이 갖춰져 있다. 북한 당국자는 “우리(북한) 주민들이 신성시 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청결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수산태양궁전에 입장 직전 출입구에 설치된 자동 먼지털이 장치 [중앙포토]

금수산태양궁전에 입장 직전 출입구에 설치된 자동 먼지털이 장치 [중앙포토]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이동하는 길은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가 설치돼 있다. [중앙포토]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이동하는 길은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가 설치돼 있다. [중앙포토]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이동하는 길은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가 설치돼 있다. [중앙포토]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이동하는 길은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가 설치돼 있다. [중앙포토]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주석의 입상이 서 있는 홀로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주석의 입상이 서 있는 홀로 입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본관에 들어서면 흰 대리석으로 조각한 6~7m 높이의 김 주석의 동상이 나타나는데 기존에 있던 김일성의 동상 옆에 김정일의 동상도 설치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3~4명씩 줄지어 목례를 하고 난 뒤 안치실로 이동한다. 참배객들은 김 주석이 누워 있는 유리관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목례를 하고 나가도록 돼 있다. 김정은도 이날 시신에 목례를 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북한은 2007년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취재를 허용한 이후 더 이상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은 대리석 바닥의 광장에 나무를 심는 공사를 하는 등 대규모 리모델링을 했다. 김정일의 유품이나 훈장실을 꾸린 것으로 추정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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