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끓는 M&A설 … 유통업계 폭풍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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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들어 유통업계에 이런 저런 인수.합병(M&A) 소문이 난무한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를 축으로 짝짓기와 신규사업 진출설이 끊이지 않는다.

불을 댕긴 곳은 롯데다. 롯데쇼핑 상장으로 쌓아 놓은 3조원 넘는 돈으로 할인점과 홈쇼핑 업체 인수 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경쟁사들을 자극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최근 할인점장 등 유통업계 인사 10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올해 유통업계 최대 이슈로 '판도변화'를 꼽았다.

끊이지 않는 M&A설=롯데는 물론 특정 할인점이나 홈쇼핑 업체 인수설에 대해 부인한다. 하지만"가격과 조건이 맞으면 M&A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고 말한다. 롯데의 까르푸 인수설도 양쪽 모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잠들지 않는다. 신세계도 "가격과 조건이 맞으면 홈쇼핑이든 뭐든 인수할 태세가 돼 있다"고 밝힌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어떤 형태로든 홈쇼핑 같은 신규 유통채널을 확보할 걸로 본다.

태광산업이 지난해 말 우리홈쇼핑 지분 19%를 매입하면서 촉발된'우리홈쇼핑 인수설'도 현재진행형이다. 태광산업 측은"투자목적 매입으로 경영권 인수와 관련없다"고 밝혔다. 우리홈쇼핑 측도 " 대주주 지분이 28%,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55%여서 경영권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태광산업의 지분 매입을 홈쇼핑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포석으로 여기고 있다.

신규사업 움직임도 활발하다. CJ홈쇼핑과 롯데닷컴은 옥션 같은 오픈마켓 진출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할인점 진출을 위한 별도팀을 운영 중이다. 케이블 방송사도 조건만 맞으면 인수할 참이다. 방송사업과 현대홈쇼핑 사업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롯데쇼핑은 연면적 8만8000평 규모의 김포공항 복합쇼핑몰 사업권을 따냈다.

유통공룡 등장과 소비자 영향=M&A설, 신규사업 진출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실제로 M&A가 근래 대형 유통업체마다 처한 난관을 돌파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 유통연구소의 노은정 연구원은 "고객의 다양한 소비 행태를 충족시키는 유통 채널을 확보해 놓는 것이 급선무"라며 "M&A로 시장 진입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유통채널 모두 갖춘 '유통 공룡'의 등장은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 있다. 신세계와 롯데는 홈쇼핑 정도만 추가하면 '백화점-할인점-수퍼마켓-복합쇼핑몰-아울렛-온라인 쇼핑몰-TV홈쇼핑'등 거의 전 유통업태를 아우른다. 대규모 복합 유통업체의 출현에 대해선 상이한 견해가 공존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임복순 유통물류팀장은"새 유통채널 진입 초기에 가격.서비스 경쟁이 벌어지고 자금력이 뛰어난 기업이 결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경쟁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상승 폐해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 백인수 연구위원은 "할인점의 등장으로 유통과 제조의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유통업체 힘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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