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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조선 최고 역사책 집필과정 퍼즐 맞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동사강목의 탄생
박종기 지음, 휴머니스트

『동사강목』.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이름은 들어본 것 같다. 조선 후기 실학자 순암 안정복(1712∼91)의 역사책. 미안하지만 『동사강목』에 관한 이해 수준은 여기까지다.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한국역사연구회장까지 역임한 사학자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 역사의 기초가 된 조선 최고의 역사책에 예의를 갖추라고 훈계하는 듯하다. 『동사강목』도 모르는 세상을 상대로 『동사강목』의 집필과정과 의의를 또박또박 짚어내고 있어서이다.

다시 『동사강목』으로 돌아가자. 『동사강목』은 고조선부터 고려 말까지를 다룬 역사책이다. 근대 이전에 편찬된 국내 사서 가운데 가장 긴 기간을 다룬다. 순암은 1754년 『동사강목』을 쓰기 시작해 1760년 완성했다. 이후에도 20여 년간 수정작업을 거쳤다. 『동사강목』의 편찬시점을 1778년이라고 밝힌 자료가 있는데, 1778년은 20권 20책의 『동사강목』 필사본이 완성된 해다. 순암은 타계하기 6년 전인 1785년에도 내용을 수정했다. 순암 일생의 작업이었던 셈이다.

지은이는 특히 1754∼60년 6년의 기간을 주목한다. 이 기간에 순암은 스승 성호 이익(1681∼1763)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서 편찬의 원칙을 검토하고 역사적 사실을 고증했다. 일부 대목에서는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순암의 문집 『순암집』과 성호의 문집 『성호전집』에 각각 실린 사제의 편지를 수집했다. 그리고 편지를 시기에 따라 정리하고 내용에 따라 문답형식으로 재구성해 『동사강목』 의 탄생과정을 복원했다. 복원 결과는 다음과 같다. 『동사강목』 은 스승과 제자의 공동작업이었다.

공동작업이라고 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순암은 정도전을 비롯한 개국 공신들이 조선왕조의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한 고려 말의 역사를 바로잡았다. 『동사강목』 은 조선 후기까지 신돈의 자식으로 알려져 있던 고려 우왕과 창왕의 정통성을 인정한 최초의 역사서다.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 실학자의 역사의식이 드러난 대목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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