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0년 뒤 성장률 0.4% … 저출산 막는 게 최고의 경기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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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은행이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10년 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어제 경고했다. 2000∼2015년 연평균 3.9%이던 경제성장률이 2016∼2025년 1.9%로 떨어지고 2026∼2035년에는 0.4%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고령화 속도가 워낙 가파른 데다 은퇴 뒤 사회안전망이 부족해 곧바로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한은의 경고는 ‘추정’이라기보다는 ‘예정된 미래’에 가깝다. 정부가 지난 10여 년간 저출산을 막기 위해 10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다. 내년이면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저출산·고령화는 먼 미래 국가 존망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당장 경기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됐다. 저출산 대책이 곧 경기 대책이라는 각오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특히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육아 및 교육, 주거비 부담을 떨어뜨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으론 고령화 적응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출산율을 높여도 그 효과는 20년 뒤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은은 정년을 연장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면 성장률 둔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로봇·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런 정책을 통해 성장률 둔화 속도를 상당 폭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급한 건 컨트롤 타워다. 지금의 정책은 경기 대책 따로, 출산 대책 따로, 노후 대책 따로다. 긴급성과 우선순위가 잘 가려지지 않고 부처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일본의 ‘1억 총활약상(장관)’처럼 인구부총리나 인구부 신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