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10~20% 는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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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제의 국회 통과가 가시화함에 따라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크게 늘어날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하면 덜 수 있을지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인건비 부담, 생각보다 크다=삼성은 주5일 근무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계열사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코닝.석유화학.의료원.에스원.에버랜드 등을 꼽고 있다. 항상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제조업종이거나 휴일에 고객이 몰리는 서비스 업종의 업체들이다. 이들 업종에 근무하는 인원은 4만5천명가량이다.

삼성 측은 이들에 대한 인건비의 추가 부담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예상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토요 근무 때 평일 근무 때보다 1.5배 이상의 수당을 줘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도 인건비 10% 추가 부담은 큰 규모"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더 심각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인건비 19.8%, 제품단가 15.8% 상승'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성파워텍 임도수 회장은 "토요 근무 때에는 1백50%의 임금을 줘야 한다면 중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며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려는 중소기업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 충원 자제 움직임도=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 기업들은 인력 감축이나 신규 인력 충원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크다.

한 철강 대기업 간부는 "추가 인건비 부담이 15%는 될 것"이라며 "원가 절감을 통해 메우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추가 부담이 누적될 경우 핵심 사업 위주로 재편하고, 인력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이 7~8%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LG전자는 신규 인원 충원을 가급적 억제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LG 관계자는 "새 인원을 고용할 때 드는 비용이 연장 수당보다 훨씬 더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사 갈등 불씨도 남아=이미 주5일 근무제에 노사가 합의한 현대자동차는 재협상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 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면 보충 교섭이 가능하도록 단서를 달아놓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사 합의에 따라 9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합의안과 정부안 간의 격차가 크다"며 보충 교섭의 필요성을 내비쳤으나 노조는 합의안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어서 또 한차례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실질적인 주5일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외국 기업도 공장의 경우에는 토요 근무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을 피할 수 없어 임금 보전과 휴일 조정을 놓고 노사 간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볼보기계건설코리아 김희장 과장은 "노동조건에 변화가 있을 경우 노사 협의에 따라 바꾸기 때문에 내년 임단협에서 급여나 휴가 조건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임금 보전과 관련, '임금 수준 저하 없다'는 포괄적인 정부안은 향후 적지 않은 노사 갈등을 남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우.염태정.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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