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강경화 긴급통화 "예상 웃도는 제재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조선중앙TV]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조선중앙TV]

미국 정부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성공을 발표한 4일이 독립기념일 휴일이었지만 긴박하게 움직였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4일 밤 10시) 강경화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소식통은 "이날 통화는 한국 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긴 했지만 북한의 ICBM 기술 진전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한국 측 요청으로 이뤄져…북한 ICBM 기술 진전 논의 #북 '레드라인' 넘어 차원 다른 대북 정책 접근 가능성 #독립기념일 휴일에 주요 부서 긴급 대책회의 소집

이날 통화에서 양측은 먼저 북한이 ICBM 시험발사였다고 주장하는 근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사 직후까지만 해도 ICBM급은 아니라는 1차 판단이 있었지만,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발표가 이어지면서 미국 측이 구체적인 자료 분석에 들어갔고 북한의 주장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미국 측의 최종 정밀 분석 결과까지는 1주일 가량이 걸릴 듯 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또한 소식통은 "양국 외교장관이 북한이 명백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만큼 유엔에서의 제재 논의에 착수하고 중국 측에 어떤 압박을 가할 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대단한 압박과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교 관계자도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대화와 압박 중 대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당장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상황은 변했다"며 "ICBM 시험발사로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미 정부는 이제부터 다시 제재 쪽에 방점을 두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북 정책 쪽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독립기념일 휴일임에도 외교, 국방, 정보 관련기관 책임자들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미 CNN방송이 4일 보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