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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북 마식령 스키장을 올림픽 훈련장 활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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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마식령 스키장 모습.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에 앞서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평창올림픽 훈련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남한 선수단의 육로 방문을 기획 중이다. [중앙포토] 

북한 마식령 스키장 모습.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에 앞서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을 평창올림픽 훈련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남한 선수단의 육로 방문을 기획 중이다. [중앙포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에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기에 앞서 해결할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남북 태권도는 올림픽 합동 시범 #한국 선수단 육로 방북도 기획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산 넘어 산' #"한국 선수 기회 잃어" 여론 부정적 #북, 전력 약한데 남북 동수 원할 수도

선수 구성부터 논란이 불가피하다. 아이스하키 엔트리는 23명이다.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팀 엔트리(23명)를 모두 보장하고, 북한 선수를 5~10명가량 추가로 참가시키는 '23+α' 안을 제안했다. 북측에도 조만간 같은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북한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극단적으로 북한이 같은 엔트리 숫자를 요구할 경우 '23+23', 46명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다른 나라가 형평성 문제로 반발할 수 있다. 평창 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에는 총 8개국(A조 미국·캐나다·핀란드·러시아, B조 한국·스웨덴·스위스·일본)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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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난 4월6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대결에서 북한을 꺾었다. 1피리어드에서 박예은의 선제골이 터지자 어깨동무를 하고 기뻐하는 한국선수들(오른쪽). 북한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지난해에 이어 북한전 2연승을 기록했다. [강릉=임현동 기자]

한국이 지난 4월6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대결에서 북한을 꺾었다. 1피리어드에서 박예은의 선제골이 터지자 어깨동무를 하고 기뻐하는 한국선수들(오른쪽). 북한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지난해에 이어 북한전 2연승을 기록했다. [강릉=임현동 기자]

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다른 참가국의 동의를 얻어 남북 단일팀에 한해 엔트리를 늘리더라도 문제는 있다. 엔트리와는 별도로 실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22명 뿐이다. 한국 공격수 조수지(23)는 "22명 안에 들지 못하면 못 뛰는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도 남북 단일팀 추진에 부정적이다. 중앙일보가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단일팀 구성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95%(1649명 중 1562명)에 달했다. 조수지는 “선수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댓글을 보고 뭉클했다”고 말했다.

단일팀이 구성되면 전력 약화도 불가피하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세계 10위권이던 북한 전력이 최근 부쩍 약해졌다. 한국(세계랭킹 22위)이 지난 4월 강릉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에서 북한(25위)을 3-0으로 꺾고 5전 전승으로 우승할 당시, 북한은 2승3패로 4위에 그쳤다.

조직력 저하도 우려된다. 20분씩 3피리어드로 구성되는 아이스하키는 팀당 골리(축구의 골키퍼)를 제외한 5명이 번갈아 링크에 나선다. 경기가 격렬해 선수들은 50초가량 뛰면 교체된다. 공격수 박종아(21)는 "남북팀 간 실력 차가 있다. 대회까지 7개월밖에 남지 않아 호흡 맞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 당시 남북한 선수들 간 분위기도 서먹서먹했다.

캐나다 출신 새러 머리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 남북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머리 감독이 남북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강릉=임현동 기자 

캐나다 출신 새러 머리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남북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머리 감독이 남북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강릉=임현동 기자

단일팀 총책임자를 누가 맡을지 여부도 숙제다. 일각에서는 "새러 머리(29·캐나다) 한국 대표팀 감독 대신 남북한 정부와 국정원이 엔트리를 짜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훈련 스케줄도 문제다.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한국 선수들은 다음달부터 미국 전지훈련과 헝가리 대회 등을 앞두고 있다. 단일팀에 속한 북한 선수들이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희우 고려대 아이스하키 감독 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훈련 장소부터 지휘 체계까지 변수가 너무 많다.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만 바라보고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정치인들이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태권도 남북 시범단원 악수   (무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남한(왼쪽)과 북한 태권도시범단원들이 30일 오후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열린 2017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폐막식에서 악수하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2017.6.30  ka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권도 남북 시범단원 악수 (무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남한(왼쪽)과 북한 태권도시범단원들이 30일 오후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열린 2017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폐막식에서 악수하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2017.6.30 ka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잔뜩 가라앉은 남과 북의 정치적 분위기와 달리 스포츠 교류에 대해서만큼은 두 나라 모두 긍정적이다.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에 앞서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평창올림픽 훈련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남한 선수단의 육로 방문을 기획 중이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남한 기반의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북한 기반의 국제태권도연맹(ITF)이 태권도 시범단 합동 공연을 추진 중인 점 또한 남북 교류의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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