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각성’ 거인의 깊은 잠 깨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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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대호

이대호

올 시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성적은 이대호(35·사진)의 활약에 따라 춤을 춘다. 최근 이대호가 살아나자 롯데가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이대호가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대호 자이언츠’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지난달 중반까지 꼴찌 추락 걱정 #최근 이대호 살아나자 타선 폭발 #1099일 만에 NC와 3연전 싹쓸이 #한 사람 의존 심해 불안한 질주

롯데는 지난주(6월 26일~7월 2일) 5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했다. 특히 주말 3연전은 지난해 상대전적에서 1승 15패로 뒤졌던 NC전이었는데, 롯데가 ‘싹쓸이’했다. 롯데가 NC 3연전을 다 이긴 건 1099일 만이다. 6위 LG에는 0.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롯데가 중위권 싸움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이대호는 지난주 타율 0.348(23타수 8안타), 3홈런·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LG전에선 8-9로 뒤진 12회 말 극적인 동점포를 쏘아 올렸고, 30일과 7월 1일 NC전에선 이틀 연속 3점포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4번 타자 이대호가 중심을 잡자 타선의 응집력도 좋아졌다. 5경기에서 롯데는 40점(경기당 8점)을 냈다.

지난달 중반만 해도 롯데 상황은 심각했다. 지난달 18일 넥센 원정경기에서 3-14로 무기력하게 진 뒤 6연패에 빠졌다. 7위까지 추락했다. 6위(5경기 차)보다 10위(4경기 차)에 가까워졌다. 5월 30일 공동 4위까지 올랐던 롯데가 불과 보름여 만에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6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했다. 5월까지는 타율 0.385, 11홈런·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66을 기록했다. “역시 이대호”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고향 팬 앞에서 복귀를 신고하던 홈 개막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4년간 150억원을 투자한 롯데 구단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이대호 효과’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팀의 상승세가 그랬던 것처럼, 팀의 하락세도 이대호 책임이었다. 이대호는 5월 31일 삼성전에서 홈런을 기록한 이후 16경기 동안 장타(2루타 이상)를 터뜨리지 못했다. 이 기간 타율도 0.266에 불과했다. 롯데도 4승12패에 그쳤다. 담에 걸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출전을 강행했지만, 결과도 좋지 않았고, 팀 분위기도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달 23일 잠실 두산전에선 경기 종료 후 두산 내야수 오재원을 불러 태그아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가 야구팬들의 비판 포화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팀을 살린 건 또 이대호였다. 6월 말부터 다시 ‘감을 잡은’ 이대호가 연일 장타를 터뜨리고 있다. 이대호는 “나도, 팀도 좋지 않은 시기가 있었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이제는 안 좋은 기억을 떨쳐 내겠다”고 말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결국 이대호가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대호가 항상 잘할 수는 없다. 결국 ‘대호 자이언츠’인 올 시즌 상황은 롯데가 시즌 내내 안고 가야 할 숙제인 셈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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