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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 제주 면세점 특허 반납, 면세점 엑소더스 시작될까

중앙일보

입력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치열한 경쟁 끝에 따낸 특허권을 스스로 반납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가장 먼저 한화갤러리아가 후퇴를 선언했다. 유커(遊客) 감소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한다.

제주 공항 면세점 중국관광객 90% 감소 #임대료 못 내는 상황에 철수 결정 #인천공항 면세 사업자들도 전전긍긍 #포화된 시장, 다양화 막는 규제 문제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공사에 면세점 특허권을 다음달 31일 반납한다고 3일 공시했다. 이 업체의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 만료일은 2019년 4월까지다. 위약금을 내가면서 약 2년 먼저 특허권을 포기했다.

한화갤러리아의 제주 철수를 시작으로 전국 49개 면세점 사업자 중 특허권을 만료일 전 스스로 반납하는 경우가 줄을 이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는 2014년 치열한 경쟁 끝에 제주공항 면세사업자 선정에서 특허권을 따냈다. 실제로 이후 연간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상황은 극적으로 변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역풍으로 중국 관광객이 끊긴 뒤 구멍 난 매출을 메울 방법은 없었다. 3월 이후 제주 면세점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80~90% 줄었다. 한화갤러리아의 4~5월 매출은 임대료(월 21억원)를 밑돈다.

한화 측은 제주공항공사에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 달라고 요청했지만, 협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손해가 더욱 커지기 전 물러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관리비용 절감, 임금 자진 반납, 관광객 다변화 등 노력을 했지만, 올해 1분기 영업적자(48억원)가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며 “제주공항을 접는 대신 서울 시내 면세점(갤러리아면세점63)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면세점의 상황도 제주공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공항 주요 사업자들은 올해 적자를 볼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들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 신규 입찰과 연동한 임대 가격 조정 혹은 매출에 연동한 임대료 조정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면세 시설은 국가계약법과 재산관리 규정에 묶여 있어 특정 기업이나 시설의 임대료를 깎아줄 수 없다는 규정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여론의 비판에도 신경이 쓰인다. 인천공항 주요 면세사업자(롯데·신라·신세계)의 연간 임대료는 118억~418억원에 달한다.

시내 면세점은 더욱 상황이 나쁘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화면세점은 영업 악화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동화를 함께 운영해 온 호텔신라와 롯데관광개발이 서로 “가져가라”고 싸우는 형편이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동대문 두타면세점은 브랜드 중 상당수가 빠져 나가 규모를 대폭 줄인 형태로 재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시내 면세점의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중국 관광객이 끊긴 것에 더해 면세점이 23개로 증가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면세사업 규모는 12조2757억원이었지만 올해는 5조원을 채울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지난해 12월 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해 개점을 앞둔 신규 면세점은 더 난감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탑시티 등 서울 시내 면세점 3곳과 부산ㆍ알펜시아면세점까지 총 5곳이 당초 연말에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개장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는 풀릴 기미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더 악화하면 특허권을 반납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반적인 규제 완화와 사업 다양화 허용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차 보증금을 합리적으로 낮추고 정부는 활성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정 동국대 법대 교수는 “면세사업자 선정 기준으로 중소기업 육성부터 지역 관광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는 것은 바뀐 상황에선 과도한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영선ㆍ최현주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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