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파퀴아오, ‘무명’ 제프 혼에 판정패

중앙일보

입력

‘전설’ 파퀴아오(39·필리핀)가 무명 복서 제프 혼(29·호주)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2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WBO 웰터급 챔피언 파퀴아오과 그에 도전하는 도전자 제프 혼이 WBO 웰터급(66.68kg 이하) 타이틀을 걸고 경기가 열렸다.

파퀴아오가 2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제프 혼(29,호주)을 상대로 WBO 웰터급 타이틀 방어전을 치렸다 [사진 연합뉴스]

파퀴아오가 2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제프 혼(29,호주)을 상대로 WBO 웰터급 타이틀 방어전을 치렸다 [사진 연합뉴스]

파퀴아오는 경기 전 “상대 선수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냥 복싱 선수인 것만 알고 있다”고 무시섞인 발언을 하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파퀴아오는 타이틀 방어전 상대로 혼을 지명했다. 혼은 17전 무패 행진을 기록했으나 무명에 가까운 복서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참가했지만,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주도한 쪽은 도전자 혼이었다. 신장에서 파퀴아오(166cm) 보다 7cm나 큰 혼은 우월한 힘과 체격조건을 앞세워 파퀴아오를 몰아붙였다.

경기는 예상 밖 접전이었다. 파퀴아오는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혼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잇따라 펀치를 허용하며 수세에 몰렸다. 6라운드에는 버팅으로 오른쪽 눈가가 찢어지며 출혈까지 일어났다.

수세에 뒤진 파퀴아오는 7라운드부터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힘을 얻은 혼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 거칠게 받아쳤다.

파퀴아오는 9라운드에도 반격을 펼쳤다. 초반 체력적으로 밀고 들어온 혼이 지치자 파퀴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무기인 날카로운 왼손 펀치를 잇따라 적중시켰다. 주먹을 계속 허용한 혼은 스피드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다리가 풀렸다. 혼의 얼굴에도 출혈이 일어났다.

초반 열세를 후반에 만회한 파퀴아오는 마지막 12라운드에서도 날카로운 왼손 펀치로 혼을 몰아 부쳤다. 하지만 혼은 계속 몸으로 밀어붙이면서 파퀴아오의 공격을 저지했다. 마지막 공이 울리는 순간까지 치열한 난타전이 이어졌다.

3명의 부심 모두 혼의 손을 들어줬다. 1명은 117-111, 2명은 115-113으로 채점했다. 이날 패배로 파퀴아오는 59승2무7패를 기록하게 됐고 혼은 18경기 무패(17승1무) 행진을 이어갔다.

파퀴아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 버팅이 경기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불만은 없다”며 “재대결이 성사된다면 당연히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파퀴아오는 복싱 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전설이다. 지난해 4월 티모시 브래들리와의 3차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은퇴를 번복하고 지난해 11월 바르가스와 복귀전을 치렀다. 파퀴아오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면서 과거 플로이드 메이웨더에게 뺏겼던 WBO 웰터급 챔피언 벨트를 돌려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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