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냄새 ‘햇볕 정책’으로 잡으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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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호 24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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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영주(60·가명)씨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3년 가까이 함께 살았지만 아직까지 적응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냄새다. 시아버지가 혼자 쓰는 방과 화장실에는 유독 독특한 냄새가 난다. 퀴퀴하면서 시큼한 냄새가 강해 청소에 신경을 쓰는 데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1년 전부터는 시아버지가 무릎 통증으로 외출을 거의 못하다시피 해 냄새가 더 심해졌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는 “신체가 노화하면 노넨알데하이드 물질이 많이 분비돼 노인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근육·수분 줄고 지방은 늘어 #냄새 주범 노넨알데하이드 분비 #침 줄어들며 세균 늘어 입냄새 #햇볕의 살균 효과, 냄새 제거 제격 #산책하면 건강 관리에도 도움

사람은 누구나 체취가 있다. 체취는 대부분 땀과 호흡을 통해 퍼진다. 체취는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몸의 구성 성분에 변화가 생기는 탓이다. 젊었을 때보다 몸에 근육과 수분이 줄어드는 반면 지방은 증가한다. 피지선에서 분비되는 체액에 지방 성분이 많아져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노넨알데하이드 물질이 발생한다. 이 물질은 40대 이후부터 많이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노인의 특징적인 구강 환경은 냄새의 주범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어 몸에 수분이 줄면 침 분비량 역시 감소한다. 침은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내 주고 세균의 침입을 막아 준다. 입은 건조할수록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으로 변한다. 혀나 입천장에 세균이 많이 증식해 입냄새를 유발한다. 강동경희대 치과병원 치주과 강경리 교수는 “나이가 들면 대부분 고혈압·당뇨병 등으로 약을 먹는다”며 “약물 부작용으로 침 분비량이 줄어 세정 기능이 저하되면 입냄새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의 상당수는 틀니를 낀다. 틀니 관리에 소홀할수록 입냄새가 많이 난다. 강경리 교수는 “세척을 제대로 못하면 잇몸에 닿는 부분이나 틀니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잘 낀다”며 “그 자리에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 매 식사 후에는 틀니를 깨끗이 씻어 주고 하루 두 번 틀니를 칫솔로 닦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년층에서는 만성질환이 흔하다. 질병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을 때 몸에서 독특한 냄새가 날 수 있다. 당뇨병과 신장질환이 대표적이다. 당뇨병에 걸리면 내분비계 기능 이상으로 인슐린이 제때 분비되지 않는다. 그러면 몸은 탄수화물을 제대로 분해·흡수하지 못한다. 대신에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충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세톤 물질이 배출되는데, 이 성분이 폐를 거쳐 입으로 배출될 때 향을 풍긴다. 당뇨병을 오래 앓았거나 평소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환자 곁에서 달고 시큼한 아세톤 향이 나는 이유다.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 소변으로 배출돼야 할 노폐물이 체내에 그대로 쌓인다. 요독증이 생겨 호흡할 때 톡 쏘는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윤종률 교수는 “각 질병은 조금씩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며 “여러 질병을 한꺼번에 앓고 있으면 그만큼 냄새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질병을 앓는 만큼 먹는 약도 여러가지다. 의사에게 처방받은 치료제 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산 일반약·각종 한약·건강기능식품을 한꺼번에 챙겨 먹곤 한다. 약은 성분마다 특유의 냄새를 지니고 있으며 몸속에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한 노인은 소변이나 호흡, 땀에 약 냄새가 섞여 나온다.
가장 불쾌한 냄새는 지린내다. 노인 중에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소변을 보는 요실금 환자가 많다. 여성의 경우 소변을 참기 힘들어 화장실에 가는 도중 소변이 찔끔 나온다. 소변을 다 본 후에도 잔뇨감이 남아 속옷에 흘리기 일쑤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남성도 마찬가지다. 소변을 본 후 바지를 입고 나서도 소변이 한 두 방울 떨어져 앞섶이 젖기 십상이다. 몸이나 옷에 소변이 묻어 퀴퀴한 지린내가 날 수 있다.

노인은 체온 조절이 잘 안 돼 여름에도 한기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 실내 환기에 소홀한 채 옷을 도톰하게 입고 생활한다. 그만큼 냄새가 몸이나 옷에 배기 쉽다. 노년기 냄새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햇볕을 쬐는 것이다. 햇볕을 자주 보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잘 휘발한다. 햇볕 자체에 살균 효과가 있어 냄새를 없애는 데 제격이다.

바깥출입을 자주하고 햇볕을 쬐면서 산책을 하면 건강관리와 냄새 제거의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체력이 약해 외출이 어려울 때는 실내를 자주 환기시켜 줘야 한다. 가급적 노인이 거주하는 방은 볕이 잘 드는 곳으로 배치한다. 옷을 수시로 갈아입고 이불 등 침구류도 자주 세탁한다. 가벼운 운동을 하면 금상첨화다. 몸속에 지방질이 쌓이지 않도록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신체 위생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최소한 2~3일에 한 번씩은 샤워를 하고 양치질은 하루 3번 한다. 틀니를 사용하는 사람은 잠자리에 들 때 틀니를 빼 세정제에 담가 둬야 한다. 체취와 입냄새는 식습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몸속에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고 담백한 음식 위주로 식사한다. 술과 커피, 탄산음료는 입안을 산성화해 세균이 증식하기 쉽게 만들어 피하는 게 좋다. 윤 교수는 “조미료가 들어가거나 기름기가 많고 자극적인 음식은 냄새가 많이 날 수 있다”며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할 것”을 권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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