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접으려다 ‘꿈의 홈런’ 날렸네, 황재균 드라마

중앙일보

입력 2017.06.30 01:00

업데이트 2017.06.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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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황재균

황재균

“영웅을 환영한다(Hero’s welcome).”

한국 복귀설 나돈 날 극적 1군행
메이저리그 데뷔전서 결승 홈런
MLB 2번 도전, 설움 씻는 자축포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29일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리자 MLB닷컴은 이렇게 보도했다. 이틀 전만 해도 꿈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 했던 그가 MLB에서 영웅 대접을 받은 것이다.

황재균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5번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3-3으로 맞선 6회 말 2사에서 황재균은 상대 좌완 선발 카일 프리랜드의 직구(시속 145㎞)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MLB 데뷔 첫 안타가 비거리 135m의 대형 홈런이었다. 현지 중계진은 “황재균의 힘이 엄청나다”며 흥분했다.

샌프란시스코가 5-3으로 이겨 황재균의 솔로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MLB 데뷔전에서 4타수 1안타(1홈런)·2타점을 올린 황재균은 “빅리그에서 한 경기라도 뛰고 싶어서 미국에 왔다. 오늘 안타 하나만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승 홈런을 날리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KBO리그 롯데에서 뛰었던 황재균이 지난 2015년 MLB에 도전 의사를 밝히자 그를 응원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해 말 포스팅(비공개 입찰)을 통해 MLB에 도전했지만 30개 구단 가운데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한 곳도 없었다. “한국에서도 최고가 아닌 황재균이 MLB에 도전하는 건 무리”라는 냉소가 쏟아졌다.

황재균은 “내가 부족했다. 더 준비해서 다시 도전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 힘을 키웠고,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스윙의 크기를 줄였다. 황재균은 그 결과 지난해 롯데에서 타율 0.335에 개인 최다 홈런(27개)을 기록했다. 삼진 비율도 1년 만에 20.5%에서 11.8%로 떨어뜨렸다.

황재균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볼. [사진 황재균 SNS]

황재균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볼. [사진 황재균 SNS]

지난해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또다시 MLB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1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훈련 장면을 공개하자 20여 명의 MLB 스카우트가 모여들었다. 그러나 단번에 후한 대우를 보장하는 구단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제시한 1년짜리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연봉에 차이를 두는 조건)을 받아들인 황재균은 초청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출전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타율 0.297·4홈런·10타점으로 활약했다.

황재균은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음에도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낯설고 외로운 생활이 길어지며 타격 슬럼프도 찾아왔다. 결국 황재균은 28일 옵트아웃(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FA를 선언)을 행사해 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국으로 복귀설이 나오던 28일 샌프란시스코는 그를 1군으로 불러올렸다. 그리고 그는 29일 빅리그 첫 경기에서 축포 같은 홈런을 쏘아올렸다.

브루스 보치(52)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황재균은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미국에 왔다. 그리고 꿈을 이뤘다. 이런 특별한 순간을 지켜보게 돼 기쁘다”며 “주전 3루수 에두아르두 누네스가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와도 황재균을 3루수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류현진(30·LA 다저스)은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5와3분의2이닝 7피안타(1피홈런)·8탈삼진·2실점을 기록하며 승패 없이 물러났다. 다저스는 2-3으로 졌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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