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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서나 샀다간 속 썩이는 유명 브랜드 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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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황선영(31)씨는 조카(5)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A백화점 강남점에서 아디다스 운동화를 샀다. 하지만 운동화가 조카에게 작았고 보다 큰 사이즈로 바꾸기 위해 서울 명동에 있는 같은 백화점 본점으로 갔다. 하지만 황씨는 운동화를 바꾸지 못했다. 해당 매장에서는 ‘운동화를 산 매장에서만 교환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화가 난 황씨는 백화점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백화점 측은 “해당 브랜드의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씨는 “영수증도 있는데 같은 백화점에서 산 같은 브랜드 제품의 사이즈도 바꿀 수 없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영·대리점 구조 ‘환불의 경제학’ #전국 어디서나 구매하기는 쉽지만 #대리점은 본사서 제품 구입해 팔아 #동일 매장 아니면 교환·환불 곤란 #나이키·아디다스 매장 유독 인색

예전에 비해 환불이 많이 용이해졌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곳도 있다. 일부 스포츠 브랜드 제품과 항공권이 대표적이다. 스포츠 브랜드의 경우 매장에서 구입한 제품을 환불(교환) 하려다가 황씨처럼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잖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같은 브랜드 제품이지만 해당 제품을 산 매장에서만 환불이나 교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을 산 매장에서만 환불(교환)할 수 있다는 규정의 근본 원인은 이들 업체의 매장 운영 방식에 있다. 대개 브랜드 매장은 크게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과 각 매장의 주인이 있는 대리점 형태로 운영된다. 대리점의 경우 주인이 있지만 매장별로 판매할 물건이나 재고를 본사에서 관리한다. 나이키·아디다스는 직판 체계다. 대리점(홀 세일)의 주인이 팔고 싶은 물건을 직접 구매한 후 매장에서 판매한다. 사실상 개인사업자다. 본사에서는 이미 제품을 팔았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는다. 매장 주인 입장에선 굳이 다른 매장의 제품을 환불하거나 교환해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백화점 안에 있는 매장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대리점이기 때문에 같은 백화점이라도 환불이나 교환이 어렵다. 현재 국내 나이키 매장은 800곳이 있고 이 중 직영점이 20곳에 불과하다. 아디다스도 전체 790개 매장 중 직영점은 60곳이다. 나머지 730곳은 대리점이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대리점마다 주인이 있고 본인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구입해서 팔기 때문에 매장마다 같은 제품이 있을 확률이 낮아 사실상 환불이나 교환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사는 한모(39)씨는 “서울 사는 사람이 부산에 놀러갔다가 산 운동화 사이즈를 바꾸고 싶으면 다시 부산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라며 “소비자 상대로 ‘갑질’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에 비해 유독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환불이나 교환에 인색하다. 같은 스포츠전문 브랜드인 언더아머도 대리점 직판 형태로 운영하지만 어느 매장에서나 제품 교환을 할 수 있다. 본사인 갤럭시아 코퍼레이션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환을 원하는 제품이 해당 매장에 없으면 해당 제품이 있는 매장을 찾아서 택배로 제품을 공유한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미리 예매해둔 항공권을 환불할 때도 당혹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항공권은 좌석별로 크게 퍼스트·비즈니스·이코노미로 나뉜다. 하지만 실제로 항공권은 20개 이상의 등급이 있다. 등급에 따라 같은 이코노미석이라도 환불 규정이 다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코노미석(국제선)만 15등급으로 나뉜다. 예컨대 출발 50일 전에 취소하더라도 이코노미석 1등급은 3만원의 환불 수수료를 내지만 15등급은 11만원을 내야 한다.

이런 환불 규정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우 환불에 관한 규정은 해당 브랜드가 정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 예컨대 옷 가게에 ‘환불·교환 불가’라는 팻말이 있었다면 제품 구입 후 환불이나 교환은 어렵다. 제품을 구매하면서 소비자가 암묵적으로 옷가게의 규정에 동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 온라인몰 같은 전자상거래로 제품을 샀다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7일 이내에 구매를 취소하고 대금 전액을 환불 받을 수 있다. 방문 판매의 경우 14일 이내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해당 제품을 실제로 확인하지 못했고 방문 판매는 물건 구입 의사가 없었지만 판매원의 방문으로 구매가 이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두현 한국소비자원 홍보팀장은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해당 제품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에 관련한 청약철회 기한 및 방법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환불(교환) 관련 규정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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