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뿌리는 한미동맹", FTA는 팩트로 승부...드러난 문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 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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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스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장진호 전투 기념비로 향했습니다. 제 부모님의 시작이며 저의 뿌리는 전투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역사 속에 있습니다.”

방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2시39분 올린 트윗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는 새벽 1시39분. 다음날도 오전부터 빡빡한 일정이 있지만, 늦은 시간 직접 장진호 전투에 대한 각별한 감회를 전한 것이다. “구순의 노병과 장군의 후손들을 만나 감사와 감동을 나눴다”고도 적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코드가 ‘한미 혈맹’이라는 점이 두드러지는 대목이었다.

이는 문 대통령의 기념비 헌화 기념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1950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 그들이 치렀던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장진호 전투”라고 강조했다. 이어 흥남철수작전을 “자유와 인권의 항해”,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도주의 작전”이라고 규정하며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28일 오후(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28일 오후(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당국자는 “한미동맹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전쟁을 함께 치른 '혈맹'이라는 점이며 한미 외교 당국자들은 ‘한미동맹은 다른 동맹과 질이 다르다’고 말하곤 한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 자신이 그 '혈맹'의 증거이자 결과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혈맹' 강조는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워싱턴 내에서 문 대통령과 한국 신정부에 대한 오해와 우려가 나오는 것을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출입기자단과의 기내 간담회에서도 “최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한·미 군사훈련 축소를 언급한 데 대한 생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북한의 핵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국 언론이 (문 특보의) 개인적 발언에 대해 ‘미국 입장과 다른 것 아닌가’ 하고 너무 민감하게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도 이번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과 관련한 컨퍼런스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를 한국과 솔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양국의 무역관계가 불균형한 측면이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한 통계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를 바로잡을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국제적으로 경기가 가라앉아 세계 교역량이 12% 줄어들었는데, 한·미 간 교역액은 12%가 늘어났다”, “상품 교역에서는 우리가 흑자지만 서비스 분야에서는 거꾸로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종합하면 (미국의)적자 폭은 대단히 줄어든다” 등 조목조목 근거를 댔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한·미 비즈니스 서밋 연설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윈윈 해법도 제시했다. “양국 기업의 강점을 결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의 플랜트 건설 경험과 미국의 사업 개발, 엔지니어링 기술 등이 결합하면 해외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동반 진출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를 “‘전략적 경제 동반자’로의 발전”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즈니스맨인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방어적으로 적자 폭이 실제론 작다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어떻게, 얼마나 미국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지를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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