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휴지로 '친환경 종이배터리'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커피를 닦은 두루마리 휴지를 친환경 종이 배터리로 만들어 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거나 버려지는 휴지도 재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기술은 연구팀이 흘린 커피를 닦기 위해 휴지를 사용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울산과학기술원과 공동 연구로 커피에 적신 휴지를 친환경 종이 배터리 '슈퍼 커패시터'로 만드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27일 밝혔다. 슈퍼 커패시터는 전기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하고 공급하는 대용량 배터리로, 전력을 모아 필요할 때 방출하고 전원이 끊겼을 때 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된다. 현재 스마트폰·블랙박스·전기 자동차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셀룰로스 종이와 커피를 이용한 활성탄소 제조와 형상[국립산림과학원 제공=연합뉴스]

셀룰로스 종이와 커피를 이용한 활성탄소 제조와 형상[국립산림과학원 제공=연합뉴스]

공동 연구팀은 커피 속에 있는 알칼리 금속이온을 활성화 촉매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활성탄소를 생성하고, 커피에 적신 휴지를 가열해 친환경 종이 배터리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슈퍼 커패시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산화칼륨(KOH)이나 염화아연(ZnCl2)과 같은 인체 유해 물질을 사용해야 해 작업자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존재했다. 또 설비시설의 수명을 단축하는 등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혔으나 이번 기술 개발로 인체 유해성을 해결하고 제조 공정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새로 개발된 슈퍼 커패시터는 목재나 식물 세포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섬유소인 셀룰로스 종이만을 탄화시켰을 때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유연성이 뛰어나다. 실험 결과 커피 처리 없이 종이만 태웠을 때보다 2배나 높은 정전용량을 보였으며, 1만 회의 충·방전 후에도 전지용량이 일정하게 유지 되는 등 배터리 수명이 더 길어지고 안정성이 뛰어났다.

이 기술은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미국 화학회가 발간하는 과학 논문 인용색인(SCI) 국제저널인 'ACS'(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지 온라인판에 실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