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났던 치킨 배달' 미담 주인공, "반성한다"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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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는 생활이 어려운 모자에게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공짜로 치킨을 배달해준 아르바이트생 정준영(23)씨에게 선행시민 표창을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 안양시 제공]

안양시는 생활이 어려운 모자에게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공짜로 치킨을 배달해준 아르바이트생 정준영(23)씨에게 선행시민 표창을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 안양시 제공]

'7번째 손님'이라는 착한 거짓말로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무료로 치킨을 선물한 미담의 주인공이 '계획적 선행'이라는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정준영(23)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가 평소 즐겨보던 사이트에 회원님들과 나누려고 했던 글인데 언론에 퍼져 굉장히 부담된다"며 "몇몇 소수의 악플에 시달리고 제가 했던 행동에 반성도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전 착한 사람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라며 "선행은 누구한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 행하면서 뿌듯함을 혼자만 느껴야 하는데 많은 회원님과 느끼려고 하다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다"며 "SNS, 뉴스, 라디오에 올라갈수록 악플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내가 한 행동이 과연 잘한 행동일까?'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자신에게 집중되는 관심에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어 "이 일을 계기로 더욱 성숙해지고, 열심히 선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 정준영씨 페이스북]

[사진 정준영씨 페이스북]

정씨는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언어장애가 있는 고객이 아들을 위해 치킨을 주문한 따뜻한 마음을 생각해 '7번째 손님이라 무료'라고 거짓말을 한 뒤 자신이 대신 치킨값을 치렀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정씨의 선행소식은 SNS를 통해 화제가 됐고 안양시는 19일 정씨를 '선한 시민상' 수여자로 선정했다. 또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정씨의 선행을 칭찬하는 격려 장학금을 지급하고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정씨의 이러한 선행에 의문을 던지는 네티즌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씨가 치킨 배달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당사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몰래 영상을 찍고 인터넷에 올린 것은 고객이 부담스러울 것을 고려해 없는 이벤트를 만들어냈다는 설명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또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 당일 올린 첫 글이라는 점도 '계획적 선행'이라는 의혹을 샀다. 실제로 정씨의 선행 사실을 알린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정씨가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항의 메일이 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선행이었고 아무 생각없이 글을 올렸다. 나를 찾아달라는 의도 역시 전혀 없었다"며 "여론이 좋지 않아 정규직 입사를 취소할까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정씨의 치킨을 받은 고객은 "영상을 찍어 올렸다는 걸 알고 기분이 좋진 않았다"면서도 "순수한 친구가 욕까지 먹을 필요가 있겠느냐.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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