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게이트 관련 오바마에 역공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재'를 만났다.

WP "오바마 행정부가 미리 알고도 늑장 대처" #트럼프 "왜 아무 대응 안했나"며 '오바마 책임론'제기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CIA(중앙정보국)는 이미 미 대선 전인 지난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트럼프 밀어주기' 작전 지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적극 대응이 (오바마 행정부의) 선거 조작 시도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처가 느리고 조심스러웠다"고 보도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WP는 "오바마 행정부는 당초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강화, 푸틴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정보 유출, 러시아 인프라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 등 보복성 대응을 논의했다"며 "그러나 상황 악화를 우려해 러시아에 직접 경고를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대응은 대선 이후로 미뤘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역공을 취했다.
그는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대선 전에 러시아에 대해 알았다는 것을 오늘 처음 들었다"며 "만약 오바마가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그는 그것에 관해 뭔가 어떤 일을 해야 했는데, 몹시 아쉽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2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에 관해 (대선일인) 지난해 11월 8일보다 훨씬 전에 알았다. 그에 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내통 관련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개입이 그처럼 심각한 상황임을 알고도 모른 척 하고 늑장 대처한 오바마 대통령 측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공세에 나선 것이다.

현재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 관련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에게 외압을 행사하다 통하지 않자 그를 해임했다는 '사법방해' 의혹을 받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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