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에…뇌물까지…고개 떨어뜨린 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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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부끄러운 일은 처음입니다.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습니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청주지검 김도훈 검사에 대한 보도를 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몰래 카메라' 촬영을 주도하고 사건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으며 언론사 제보 방법까지 지시한 게 현직 검사라니…."

그는 "송광수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찰이 어렵게 신망을 회복 중인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터져 안타깝다"고 했다.

20일 전국 검찰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간부들은 물론 평검사들까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부산지검의 한 간부는 "영장을 받아 증거를 확보하면 될 걸, 왜 그런 치사한 방식으로 수사했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특히 검사들은 金검사의 뇌물 혐의와 언론 플레이 부분에 허탈해했다. 재경(在京) 지청의 한 부장검사는 " 뇌물 액수에 관계 없이 검사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치스러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사건 당사자인 金검사는 검찰 전산망에 고려시대 김부식에 의해 처형당한 정지상의 시(詩) '송인(送人)'을 게재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인용한 시 밑에 "그동안 좋은 인연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인사를 남겼다.

검찰 일각에선 대검의 감찰권을 넘겨받으려는 법무부의 움직임이 탄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거의 모든 기관이 내부 비리.사고에 대한 일차적인 감찰권을 행사한다"며 "이번 사건이 검찰의 감찰권을 흔드는 빌미가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검의 움직임은 빠르고 단호하다. 19일 긴급체포한 金검사를 바로 다음 날 뇌물죄까지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대목에서 이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宋검찰총장은 이날 "모든 부분에 대해 특별 감찰이 거의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몰카 수사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설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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