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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올라 ‘팍’ 태권여왕 꿈꾸는 동포 3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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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무주 태권도원에서 발차기 훈련을 하는 스카일러 박. 그는 24일 개막하는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 우승을 노린다. [무주=프리랜서 오종찬]

무주 태권도원에서 발차기 훈련을 하는 스카일러 박. 그는 24일 개막하는 세계태권도선수권에서 우승을 노린다. [무주=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3월 미국 뉴욕의 국제연합(UN) 본부에서 열린 태권도 이벤트 매치.

성인 무대 도전하는 캐나다 유망주 #이민 간 할아버지 이래 3대째 도복 #-59㎏급 청소년 무대는 이미 평정 #고교 수석, 공부도 잘하는 만능 #24일 개막 무주 세계선수권 출전

소녀는 일방적으로 밀렸다. 낯선 환경 탓이 아니었다. 마주한 상대가 워낙 강했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태권 여전사’ 제이드 존스(24·영국)는 듣던 대로 약점을 찾기 힘든 선수였다. 일방적으로 밀린 끝에 패배한 소녀는 그래도 활짝 웃었다. 그는 “시원하게 졌지만 얻은 게 많았다. 앞으로 훌륭한 선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해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흘렀다. 소녀는 24일 전북 무주에서 개막하는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소녀의 이름은 스카일러 박(18). 한국인 아버지와 이탈리아 혈통의 칠레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 동포 3세다. 스카일러 박은 1m77㎝의 큰 키를 활용한 공격 위주의 화끈한 경기 스타일을 앞세워 세계 여자 태권도의 차세대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59kg급을 제패한 뒤 올해부터 성인 무대에 나서고 있다. 무주 세계선수권은 그가 처음 경험하는 메이저 대회다.

20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만난 스카일러 박은 “지난 3월 UN본부에서 열린 존스와의 이벤트 매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주니어 무대를 갓 벗어난 내가 당대 최고수와 맞대결 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면서 “실력 차가 컸지만 기술적으로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걸 확인한 게 큰 소득이다. 이제 18세인 내게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존스와 다시 만나면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치진 않겠다. 그렇지만 지난 번 대결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자 -57kg급에 나란히 출전하는 스카일러 박과 제이드 존스는 대진표상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스카일러 박

스카일러 박

스카일러 박은 ‘태권도 DNA’를 품고 태어났다. 3대째 태권도를 수련 중인 ‘태권 가족’ 출신이다. 국내에서 주한미군의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던 할아버지 박덕화(75)씨가 지난 1977년 캐나다로 건너가 태권도장을 열고 후학 양성에 나선 게 출발점이었다. 아버지 박재홍(48)씨는 캐나다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두 남동생은 캐나다 주니어 대표다. 박재홍 감독은 “아버지부터 조카들까지 온 가족 21명 중 두 명을 뺀 나머지 모두가 검은띠 보유자들”이라면서 “스카일러는 태어나자마자 태권도와 접한 아이다.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보였지만 태권도를 할 때 가장 행복해 했다”고 말했다. 스카일러 박은 “친구들은 아빠와 친하게 지내기 어렵다고들 말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아빠는 나에게 훌륭한 코치이자 스승이다. 무조건 믿고 따른다”고 했다.

스카일러 박은 태권도인들 사이에서 ‘팔방미인 엄친딸’로 유명하다. 태권도 뿐만 아니라 축구·육상·골프도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그림에도 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 한다. 한국으로 건너오기 전 응시한 고교 졸업시험에서 전과목 평점 96점(100점 만점)을 받아 전교 1등을 했다. 스카일러 박은 “오는 29일 열리는 고교 졸업식에서 학생 대표로 답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세계선수권 참가를 위해 포기했다”면서 “기왕이면 좋은 색깔의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캐나다에서 한국인들은 ‘예의 바르고 매사에 열정적인 태권도 수련인’의 이미지”라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우승해 ‘세계 1등’의 이미지도 심고 싶다”고 덧붙였다.

3대를 잇는 ‘태권소녀’ 스카일러 박은 …


출생: 2000년(캐나다) 체격: 키 1m77㎝, 몸무게 57kg
태권 가족: 할아버지 박덕화
(1977년 캐나다로 이민, 1세대 태권도 사범),
아버지 박재홍(현 캐나다대표팀 감독)
주요성적: 2016년 세계청소년 선수권 여자 -59㎏급 금메달, US오픈 유소년·청소년부 7회 우승
세계랭킹: 올림픽 체급 여자 -57㎏급 13위
주특기: 얼굴 돌려차기
라이벌: 제이드 존스(영국·세계랭킹 1위)

무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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