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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어야 외양간 고치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36호 19면

Devil’s Advocate

지난 10일 서버를 빌려주는 웹호스팅 업체 인터넷나야나에 해커들이 침입해 서버 300대 중 153대를 장악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등 고객 업체 3400곳의 홈페이지가 마비되자 해커들은 50억원을 요구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랜섬웨어 공격이었다. 인터넷나야나는 해커들로부터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를 받기 위해 협상에 나서 결국 지난해 매출액의 3분의 1이 넘는 397.6비트코인(13억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백업 서버를 일반 서버와 제대로 분리해 운영했는지, 서버 접속 암호를 제대로 관리했는지 등도 점검해 봐야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이버 인질범들과 협상했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커들이 비슷한 한국 업체들을 노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에서 전산 오류로 일부 고객의 실명과 계좌번호를 포함한 420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났다. 설마하는 보안 불감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14년 기준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외양간 고치는 비용이 아깝다고 미루다간 소 잃기 십상이다.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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