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팅어에서 연기가?’…엔진룸 흰 연기, 화재 아닌 조작 미숙이 원인

기아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고성능 세단 '스팅어'에 품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기아차 영업사원, 론치콘트롤 기능 시험하다 소방차 출동 #스톨발진모드 계속 유지하면 엔진 과열은 당연한 수순 #수입차 고성능 브랜드도 무리하게 조작하면 문제 생길 수 #보조 안전장치는 추가할 필요 있어 #

논란의 시작은 대형 자동차 커뮤니티 중 한 곳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비롯했다. 영상을 보면 한 붉은색 스팅어가 보닛을 열고 정차해 있다. 스팅어 엔진룸에서는 얼핏 심각해 보일 정도로 많은 양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운전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소화기를 엔진룸에 분사하고, 소방차가 출동해 진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기아차 스팅어 엔진룸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선 모습. [유투브 캡쳐]

기아차에 따르면 일명 '스팀(steam)어' 사건은 현대기아차 영업사원이 출발제어기능(론치콘트롤·launch control) 조작 미숙으로 벌어진 해프닝이다. 론치콘트롤은 차량 동력을 순간적으로 최대치까지 끌어내는 기능이다. 기아차 측은 “영업사원이 시승 중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은 상태(스톨발진모드)를 수 분 이상 유지하다가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스팅어 엔진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 [유투브 캡쳐]

기아차 해명이 사실이라면 ‘스팅어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스톨발진모드를 계속 유지하면 기아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고성능 차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미션으로 전달하는 동력이 차단된다. 론치콘트롤은 급가속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이런 기능을 의도적으로 해제한 것이다. 따라서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동시에 밟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엔진회전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큰 동력이 미션에 전달된다.

그런데 스톨발진모드를 계속 유지할 경우 미션오일이 고갈해 엔진이 과열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고출력을 잠시만 유지해도 미션에 무리가 가는데, 수 분 동안 이런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면 운전자 조작 미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연기가 발생해 보닛을 열고 정차한 기아차 스팅어 [유투브 캡쳐]

실제로 닛산 GTR, BMW M시리즈 등 고성능차는 물론 페라리와 같은 레이싱카도 스톨발진모드를 수 분 이상 유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BMW M시리즈 매뉴얼은 “론치콘트롤 한 번 사용한 뒤 다시 사용하려면 변속기를 5분 동안 냉각하라”고 기재하고 있고, 기아차 스팅어 매뉴얼도 “지속적인 론치콘트롤 사용은 변속기·엔진·구동축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주의사항을 적시했다.

본지 기자도 지난 8일 스팅어를 시승하면서 22차례 론치콘트롤 기능을 사용했지만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타이어 타는 냄새가 다소 나긴 했지만 엔진은 무리 없이 버텼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보다 가혹하게 차량을 다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처럼 만일의 상황을 방지하는 과열 방지 기능은 기아차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 BMW M시리즈의 경우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는 시간이 수 분 이상 지속될 경우 자동으로 론치콘트롤 기능이 해제된다. 엔진에 과도한 무리가 가능 상황을 차량이 알아서 방지하는 것이다. 또 국산차 최초로 도입한 기능인만큼 기아차가 운전자에게 론치콘트롤의 조작 방법과 위험성을 보다 자세히 고지할 필요도 있다.

본지 기자가 시승한 스팅어 3.3 트윈 터보 GDi 가솔린 모델. 문희철 기자

문희철 기자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을 스팅어 엔진 결함으로 연결하는 건 무리다. 스팅어 가솔린 모델은 2.0 터보 직분사(GDi)엔진과 3.3 트윈터보 GDi엔진 등 2종이 있다. 이 중 2.0 GDi엔진은 지난 4월부터 리콜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리콜로 문제가 된 엔진은 2013년 8월 이전 엔진 생산 당시 일시적으로 화성공장 작업장이 청결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다. 스팅어에 들어간 엔진은 동일한 문제가 원인은 아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