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 저장하던 폐광이 연 142만 명 찾는 관광지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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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호 12면

연 100억원 버는 광명시 효자 광명동굴

광명시는 40여 년간 폐광으로 버려져 있던 광명동굴을 정비한 뒤 황금폭포, 조형물, 공연장 등의 콘텐트를 채워 넣었다. [사진 광명시]

광명시는 40여 년간 폐광으로 버려져 있던 광명동굴을 정비한 뒤 황금폭포, 조형물, 공연장 등의 콘텐트를 채워 넣었다. [사진 광명시]

양기대 광명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동굴의 아버지’. 광명시청 직원들이 양기대(55) 시장을 사석에서 부를 때 쓰는 별명이다. 2010년 취임 후 연임 중인 양 시장은 새우젓 저장고로 쓰이던 광명동굴을 한 해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개발했다. 지난해 광명동굴 방문객은 142만 명으로 한국민속촌(149만 명), 캐리비안베이(143만 명)와 비슷한 규모다. 2010년 광명시 총 관광객 수가 3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인구 35만 명의 소도시 광명시에 지난 7년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양 시장을 지난 15일 시장실에서 만났다. 양 시장은 최근 광명동굴 개발 과정을 담은 책 『폐광에서 기적을 캐다』를 출간했다.

개발 가능성 엿본 양기대 시장 #황금폭포 등 콘텐트 유료화 성공 #대형마트 유치해 역세권 활성화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꿈꿔

왜 광명동굴이었나.
“2004년 정치에 입문한 뒤 광명시에 처음 오게 됐다. 두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는 과정에서 광명동굴의 전신인 가학폐광산에 대해 들었다. 주변에서 폐광을 테마파크로 개발하는 공약을 조언해 공약집에 넣기도 했다. 처음 동굴에 가본 것은 시장 당선 직후인 2010년 8월이었다. 굳게 닫혔던 철문을 여니 한여름 무더위를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엄청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뭔가 으스스했지만 어두컴컴한 터널 속을 헤매다 보니 미지의 가능성이 보였다.
반발도 많았겠다.
“일단 43억원을 들여 민간 소유였던 동굴을 먼저 사들였다. 새우젓을 치우고 내부 청소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 해부터가 문제였다. 안전 문제, 오염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내부 공기 질이 나쁘다는 둥 피부병에 걸릴 수 있다는 둥 악의적 소문도 많았다. 힘들었지만 열심히 설득하다 보니 길이 보였다.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가 도 차원에서 지원해준 것이다. 당적이 다른 김 전 지사가 도와주니 시의원들도 마음을 바꿨다.”

더디긴 했지만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 지 2년여 만인 2013년 6월 동굴 내에 350석 규모 예술의 전당을 개관했다. 폐광이었던 광명동굴을 관광지로 대내외에 알린 첫 행사였다. 많은 시민이 모인 가운데 개장식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동굴을 개발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인데 무료 개방만으론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동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유료화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예술의 전당 하나만 가지고는 사람을 끌어들이기엔 부족했다. 그래서 콘텐트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처음엔 부정적이었던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달라 붙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차곡차곡 현실이 됐다. 황금길과 황금폭포, 수족관인 아쿠아월드, 와인 저장고 등이 동굴 내부에 만들어졌다.”

준비 기간을 거친 뒤 2015년 4월 광명동굴은 유료 입장(어른 6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000원)을 시작했다. 방문객이 줄 것이라 우려했지만 이틀간 8000여 명이 찾았다. 한 달간 방문한 유료 관광객은 3만7641명이었다. 무료 개방했던 시기보다 평균 두 배 이상 많은 수였다. 결과적으로 유료화는 성공했다. 광명시는 입장료 등을 포함해 지난해 100억원가량을 벌었다. 동굴 내부에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마련해 놓은 것이 주효했다. 양 시장은 “지금은 유료화 성공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한 관광사업들 태반은 처음에만 반짝하다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해 지분의 49%를 민간에 매각해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명동굴 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양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역세권 활성화다. KTX광명역이 위치한 지역적 특색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취임 당시만 해도 역 주변은 허허벌판이었고 승하차 인원도 많지 않았다. 내린 사람들도 광명시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급급했다. 고민하던 차에 스웨덴 가구·생활용품 전문회사 이케아(IKEA)가 한국에 지점을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적극 설득한 끝에 2012년 유치에 성공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쇼핑몰 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코스트코도 KTX 역세권으로 끌어왔다.  “중소상인들의 반발이 컸다. 시청 앞에서 시장 화형식이 벌어질 정도였다. 상생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설득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지역 상인을 위한 지원금을 대폭 늘렸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모델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만족할 법도 한데 광명시를 탈바꿈시키는 양 시장의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요즘 KTX광명역을 시작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횡단하는 ‘유라시아 대륙철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다음달에 용역을 발주한다. KTX광명역에서 출발하는 대륙횡단 열차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지에 관한 내용이다. 남북관계가 지금은 좋지 않지만 상황이 변해 북한이 철도 통행을 허가해 준다면 꿈이 현실로 바뀔 수 있다. 광명역에서 출발한 고속열차는 7시간이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베이징·하얼빈에 갈 수 있다.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 아닌가.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 새우젓 저장고가 광명동굴이 된 것처럼.”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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