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정상회담과 88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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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세계의 체전인 올림픽의 안보는 곧 국제긴장과 직결된다. 더구나 공산권에 근접해 있는 우리는 정권교체를 앞두고 치열하고도 유동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올림픽방해를 공언했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번 KAL기 실종도 그런 의문 속에서 수색작업을 펴고 있으나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이런 미묘한 문제들은 미소가 합의와 협력에 이를때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 마침 「레이건」 미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다음주초 3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여기에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올림픽을 맞는 우리의 주변정세에 관한 미소의 협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한항공 사건을 서울올림픽 안전 문제와 함께 회담의 중요의제로 삼겠다고 다시 밝힌 것은 지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미 지난 10월에도 「아머코스트」 미국무차관과 소련 외무차관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을 이번 미소정상회담의 「중요 사항」으로 분류한바 있다.
미소 지도자의 회동은 과거 두차례 스위스의 제네바와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열렸으나아무런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임기만료를앞둔 「레이건」의 마지막 미소정상회담이고 대 개혁을 들고 나온 「고르바초프」로서는 최초의 미국방문회담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와 함께 큰 진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백악관회담에서 토의될 중요 의제로는 군축문제, 지역분쟁, 쌍무관계, 인권문제 등으로 대별되고 있다.
특히 군축문제는 지난달 양국외상회담에서 최종 타결된 중거리 핵미사일(INF)폐기협정이 양국 지도자에 의해 정식 조인돼 인류의 핵 공포를 제거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전략무기 감축협상(START)도 큰 진전을 이루어 50% 감축 합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핵 문제에 관한 양국의 대 화합 못지 않게 그들이 논의할 지역분쟁,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한반도문제에 관해 미소가 얼마만한 인식과 성의를 갖고 있느냐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우리는 한반도문제가 정상급 또는 각료급 어느 수준의 회담에서 논의되든 간에 양국 지도자들이 현 한반도 주변상황을 냉철하게 분석, 판단해서 실질적으로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실속있는 대화를 나누도록 주문하고자 한다.
한국은 이제 10여일후면 새헌법에 의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고, 내년 2월엔 정권교체, 9월엔 올림픽이라는 중대사들이 계속된다.
아무쪼록 미소지도자들은 이번 회담을 각자의 국내 정치용 잔치로만 이용하지 말고 88올림픽이 이류 대화합의 양이 되도록 진지한 노력을 해주길 당부한다.
이 길만이 지난 두 차례 (모스크바·LA)의 올림픽을 서로가 보이코트해서 비난을 받았던 오명을 씻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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