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현장 따라 걷는 4번째 ‘4·3길’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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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주 4·3사건 당시 마을이 없어졌던 제주시 금악마을에 4번째 ‘4·3길’이 열린다.

내일 제주시 금악마을서 개통식 #소개령으로 통째 사라졌던 마을

제주도는 “오는 17일 4·3 희생자유족회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악마을 4·3길’을 개통한다”고 15일 밝혔다. 금악마을은 4·3 당시 주민들을 분산시키는 ‘소개령’이 내려져 마을전체가 사라졌다.

‘금악마을 4·3길’은 1코스인 웃동네 가는길(6.5㎞)과 2코스인 동가름(동쪽마을) 가는길(4.5㎞) 등 2개 코스로 조성됐다. 성인 걸음으로 1코스는 2시간, 2코스는 1시간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1코스 마을 중심에 위치한 금오름은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진지동굴들이 만들어졌다. 4·3 당시에는 피난처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2곳만 남고 모두 메워졌다.

2코스 중간에 있는 만벵듸묘역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4·3가족이라는 이유로 학살된 수십명의 희생자들을 1956년에 수습해 조성한 묘역이다. 제주어로 평탄한지대를 뜻하는 ‘벵듸’에 들어선 ‘만벵듸마을’의 이름을 따 만벵듸묘역이란 명칭이 붙었다.

금악마을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재건됐다. 1960년대 아일랜드 출신 맥그린치 신부가 종돈 등을 들여오면서 현재는 제주 최대의 축산마을이 됐다.

‘4·3길’은 2015년 서귀포시 동광마을에 첫 개통된 후 지난해 서귀포시 ‘의귀마을 4·3길’과 제주시 ‘북촌마을 4·3길’이 열렸다. 오는 10월에는 서귀포시 ‘가시마을 4·3길’이 개통된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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