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하루 물 8잔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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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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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지며 물 생각이 간절해진다. 목이 마른다는 것은 체내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니 충분한 수분섭취는 당연하다.

그런데 하루 적정 수분섭취량은 어느 정도일까? 흔히 알려진 물 섭취량 기준은 하루 8잔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물 섭취량 1~2ℓ, 물 7~8잔이 기준이 된 탓이다.

그러나 학계에선 "물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물의 과다 섭취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부종이나 저나트륨 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봅 퀴글리 뉴질랜드 공중보건 전문가는 물을 하루에 8잔 마시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퀴글리는 "하루에 2ℓ의 수분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과일과 채소 등 음식물로부터 많은 수분을 섭취한다"며 "하루에 사과 하나를 먹으면 물 한 잔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체내에 수분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 중독'에 걸려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물 중독은 더운 여름 마라톤이나 사이클링 선수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을 보이는데, 땀으로 나트륨이 빠져나가 체내 전해질이 불균형상태일 때 다량의 수분을 섭취하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져 생기는 현상이다.

2012년 7월 영국의학회 회보에 실린 케이프타운대학 팀의 연구 결과는 "수분이 과다할 때 저나트륨 뇌장애가 일어나 의식 장애, 발작,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사진 BBC 홈페이지 캡처]

[사진 BBC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의학계에서는 '음료 기업의 상술'을 원인으로 꼽는다.

호주의 스페로 신도스 보건학 교수는 2012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많은 양의 물을 마시도록 권장하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이익집단이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3년 영국 BBC도 '하루에 물 8잔 마시기'는 생수 회사 등 거대 자본들에 의한 마케팅의 하나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물 섭취를 막기위해 하루에 물을 조금씩 나눠 마시라 조언한다. 한 시간에 한잔, 200ml씩 조금씩 나눠 마시는 것이다.

또한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식사 30분 전, 잠들기 30분 전에 마시는 것은 좋지만 식사 중에는 소화를 방해할 수 있으니 가급적 물을 마시지 말라고 말한다.

물 대신 수분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먹어도 좋다. 수박, 캔털롭, 자몽, 오이, 시금치, 샐러드 그린 등이 있다. 특히 수박과 시금치는 90%가 수분으로 되어있는 만큼 물 대신 먹어도 좋다고 조언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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