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빨판 응용, 탈부착 소재 세계 첫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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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홍합은 자체 특수 단백질을 이용해 거친 파도가 치는 갯바위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을 수 있고, 게코 도마뱀은 주름이 난 발바닥으로 중력을 거스르는 듯 벽면이나 천정에서도 붙어있는 비결을 품고 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생물의 독특한 원리를 이용한 생체모방 기술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성균관대 방창현 교수 연구팀 #접착제 없이 물 속에서도 잘 붙어 #의료용 패치·웨어러블 장치에 활용

문어 빨판도 생체모방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대표적 분야다. 성균관대 방창현 교수 연구팀은 14일 문어 빨판의 독특한 돌기 원리를 밝히고, 이를 모사해 물 속이나 습한 환경에서도 접착제 없이 탈부착할 수 있는 패치(사진)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화합물로 만든 점착(粘着·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성질) 소재는 표면이 젖을 경우 점착력이 사라지거나 끈적이는 오염물을 남기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방 교수 연구팀은 문어의 빨판 내부에 있는 입체 돌기 구조에 주목해 문어 빨판의 점착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 또 이를 공학적으로 디자인하고 모사해, 습한 표면뿐 아니라 물 속이나 사람의 굴곡진 피부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1만 회 이상 반복적으로 탈부착할 수 있고, 오염물도 남기지 않는 고점착 패치를 개발했다. 문어의 빨판 내부에는 공 모양의 미세 돌기가 있어 높은 점착력을 만들어 낸다. 빨판 근육이 수축하면서 표면의 수분을 밀어내고, 남은 수분은 공 모양의 돌기와 빨판 내부 표면 사이 공간으로 밀려나면서 진공상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방 교수팀은 이런 원리를 파악하고 이용해 탄성이 높은 고분자의 미세 돌기를 가진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빨판형 점착 소재를 만들었다. 방 교수는 “최근 의료와 반도체 소재 시장이 서로 융합하면서 청정 점착 소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문어빨판 원리를 적용한 패치소자는 의료용 패치나 진단 치료용 웨어러블 장치, 장기 조직 봉합 등 다양한 분야에 획기적인 원천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과학전문 학술지 『네이처』 6월 15일자에 게재됐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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