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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 흩어지는 국민안전처 세가족 어디로 가나… 잔류·이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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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해체가 결정된 국민안전처 ‘세 가족’의 새로운 둥지가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출범 2년7개월 만에 해체되는 국민안전처.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안전처 내 3개 기관도 조직개편으로 청사를 이전하게 된다. [중앙포토]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출범 2년7개월 만에 해체되는 국민안전처.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안전처 내 3개 기관도 조직개편으로 청사를 이전하게 된다. [중앙포토]

안전처는 과거 행정자치부에서 옮겨온 재난안전 분야, 해양경찰청이었던 해양경비안전본부, 옛 소방방재청인 소방안전본부 등 3개 조직으로 이뤄진 정부부처다. 2016년 9월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전해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다.

조직개편으로 재난안전·해경·소방 분리, 독립청사 마련해야 #재난안전본부·소방청 현 정부세종청사(17-2·3) 그대로 사용 #해양경찰청 인천·부산 이전 논란 속… 세종시 "안 된다"

안전처 전체 직원은 1만400여 명. 이 가운데 해양경비안전본부가 92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소방 510여 명 등이다. 세종청사에는 재난안전과 해경·소방 등 11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공간이 부족해 임차한 청사 앞 민간빌딩에서도 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안전처와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부처간 대 이동이 시작된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조직과 청사(건물)까지 대대적 변화가 이뤄지게 된다.

조직개편으로 재난안전 기능은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로 통합된 뒤 차관급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지난 7일 취임한 류희인(61) 차관이 본부장으로 직책을 바꾼다. 재난안전관리본부는 행정자치부의 세종시 이전 여부와 관계없이 현 청사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취임한 류희인 국민안전처 차관(오른쪽 셋째)이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국민안전처]

지난 7일 취임한 류희인 국민안전처 차관(오른쪽 셋째)이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국민안전처]

현재 세종청사에는 전국의 재난상황을 총괄 지휘하는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설치돼 있다.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는 물론 화재 등 사회적 재난 때 장관이 이곳에서 실시간 상황을 지켜보며 지휘한다. 이런 이유로 재난안전관리본부는 다른 지역이나 다른 청사로 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고 현재까지 지침이 내려온 것도 없다”며 “조직이 개편되면 행자부가 조직과 청사를 정해 각 기관에 통보하고 그대로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애초 세종청사 17-3동 주인인 소방안전본부는 행안부 외청인 ‘소방청’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현 청사를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소방본부는 안전처 소속이 되기 전 ‘소방방재청’으로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있었다. 소방본부는 조직개편으로 독립기관이 되기 때문에 510여 명인 조직이 100여 명가량 늘어나게 된다. 소방본부 단독으로 운영하는 소방센터도 현 세종청사에 마련돼 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민안전처 소속 소방본부가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외청인 소방청으로 독립하게 된다. 소방청은 현 정부세종청사(17-2)를 그대로 사용한다. [중앙포토]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민안전처 소속 소방본부가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외청인 소방청으로 독립하게 된다. 소방청은 현 정부세종청사(17-2)를 그대로 사용한다. [중앙포토]

가장 고민이 많은 곳은 해경이다. 숙원이었던 ‘해양경찰청 부활’을 이뤘지만 청사(본청) 위치를 두고 이전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해경 내부에선 세종 잔류를 선호하고 있다. 2015년 9월 인천에서 세종으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400억원가량의 비용이 투입됐는데 다시 청사를 옮기면 예산낭비가 불가피하다.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조직이 개편되면 업무협조를 위해서라도 세종에 남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해경 측의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해경 고위간부는 “조직이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 상황에서 본청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를 논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며 “다만 불필요한 예산낭비와 다른 부처와의 관계 등을 감안해 청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시와 부산시 등이 해양경찰청 본청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인천시는 대선 과정에서 지역현안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1순위로 ‘해양경찰청 부활과 인천 환원’을 내걸었다. 박남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등 인천지역 국회의원도 공동결의문을 발표할 정도로 해경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가 해양수산부 외청 해양경찰청으로 독립하게 된다. [중앙포토]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가해양수산부 외청 해양경찰청으로 독립하게 된다. [중앙포토]

부산시도 해양특별시로 거듭나기 위해 해경 본청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경을 외청으로 둔 해양수산부 장관에 지명된 부산 출신 김영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세종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큰 틀이 깨질 수 있고 이전을 미루고 있는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인 판단으로 국가적 중대사를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세종참여연대 김수현 사무처장은 “정부조직 개편과 부처 이전은 행정의 효율과 예산낭비를 충분히 고려한 뒤 결정해야 한다”며 “안전처가 세종으로 이전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청사를 다른 지역으로 또 옮기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조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해경 본청은 정책 수립과 총괄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인천에는 이미 현장기능을 수행하는 기능기관(본부)이 배치돼 있다”며 “새 정부가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조직과 부처(청)의 위치문제를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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