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이 직접 연기 지도한 배우 김세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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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미디 배우 '김세영'이 출연한 영화 속 한 장면.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코미디 배우 '김세영'이 출연한 영화 속 한 장면.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에 내로라하는 코미디 배우가 있다. 북한의 인기 코미디 영화 ‘우리 집 문제’의 주인공 김세영(1923~1989)이다. '우리 집 문제'는 가족 구성원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다. 북한 사람들은 김세영이 출연하는 영화라면 ‘웃기는 영화’로 부른다. 조선중앙TV는 지난 8일 ‘눈물 많던 방랑아가 웃음 많은 명배우로’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세영을 소개했다.

북한의 인기 코미디 영화 '우리 집 문제'의 한 장면.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의 인기 코미디 영화 '우리 집 문제'의 한 장면.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김세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연기를 지도했던 배우다. 당시 김정일은 노동당의 선전선동부 과장으로 예술부문을 총괄하고 있었다. 김정일이 자신의 둘째 부인인 성혜림을 만난 시기이기도 하다. 김정일은 1960년대 말 대표 풍자극인 ‘보충병’의 주연으로 김세영을 지목했다.

북한 주민들이 사랑하는 코미디 배우 #김정일이 시계를 선물하기도 #85년 서울에서 30여년 만에 딸과 상봉

그는 김세영에게 “과장된 연기로 관객을 웃기지 말라”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강조했다. 김정일은 그의 손목 상처를 가려주기 위해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준 일화도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배우 김세영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배우 김세영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배우 김세영에게 선물한 시계.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배우 김세영에게 선물한 시계.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그는 북한 예술영화에서 늘 무게감 있는 연기를 했던 배우다. 한 때 사색적 인민보안원(경찰), 순박한 지식인 등의 역할을 맡았지만 김정일의 제안 이후 희극배우로 전환해 코미디 영화에서 감초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코미디 작품은 ‘안해(아내)의 일터’, ‘사과 딸 때’, ‘우리 집 문제’ 등이다.

특히 ‘우리 집 문제’는 당대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평가를 받았다. 영화가 인기를 얻자 본편에 이어 ‘우리 윗집 문제’, ‘우리 아랫집 문제’ 등의 후속편도 나왔다.

김세영은 본래 충청북도 청주 출신이다. 그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마을의 순회극단 공연을 보고 배우를 꿈꾸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6.25전쟁 때 2살 된 딸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하지만 1985년 남북한 고향방문단으로 서울을 방문해 30여년 만에 딸을 만났다.

배우 김세영이 1985년 남북한 고향방문단으로 서울을 방문해 30여년 만에 자신의 딸을 만났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배우 김세영이 1985년 남북한 고향방문단으로 서울을 방문해 30여년 만에 자신의 딸을 만났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평양 애국열사릉에 있는 배우 김세영의 묘비.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평양 애국열사릉에 있는 배우 김세영의 묘비.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이경주 인턴기자 lee.kyo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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