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심 자금 발견 땐 정부서 계좌 동결 명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년 9월부터 테러에 쓰일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이 국내 금융기관에서 발견되면 재정경제부 장관은 해당 금융기관에 관련 계좌를 동결하도록 명령하게 된다. 또 우리 정부나 국제기구가 테러리스트로 분류한 사람의 금융거래는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현재는 테러 자금 혐의가 있더라도 형법 등에 따라 처벌할 때까지 해당 자금에 별다른 조치를 할 방법이 없다.

금융기관은 테러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서는 즉각 재경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고, 거래 당사자의 신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이렇게 보고받은 정보를 분석해 '테러 관련 금융거래 대상' 여부를 결정하고, 관련 정보를 국가정보원에 제공하게 된다. 테러 자금 조달에 협조한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본지가 13일 입수한 재경부의 '테러 자금 조달의 억제를 위한 법률(테러 자금 조달 억제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재경부는 법무부 등과 협의해 이르면 3월 중 확정안을 입법예고하고,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또 테러 자금의 거래 실태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고쳐 테러 자금 신고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재경부는 우리 정부와 국제기구 등에서 테러와 관련이 있다고 지명한 개인.단체 등이 보유한 자금이나 재산 등을 테러 자금으로 정의할 방침이다. 이런 개인이나 단체와 거래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금융기관은 즉각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는 돈세탁 혐의가 있는 2000만원 또는 외화 1만 달러 이상의 금융거래에 대해서만 금융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재경부는 금융기관 외에 귀금속상.카지노 사업자 등에 대해서도 돈세탁과 테러 자금 혐의 거래를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관광산업 위축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이 방안의 시행 시기는 늦출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는 테러 관련 자금을 동결하거나 관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은 2004년 2월 '테러 자금 조달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에 서명하고 비준까지 했으나 이를 이행하는 국내법이 없어 국제사회로부터 불법거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국제협약은 테러 자금의 몰수.동결, 혐의 거래 보고, 현금 등의 휴대와 반출입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테러 자금 조달 억제법을 통해 국내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고 대외 신인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윤.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