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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 선구자 가람 이병기 ‘삼인시조집’ 66년 만에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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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하루 종일 서적을 정리했는데 조운(朝雲), 남령(南嶺), 가람(嘉藍)의 ‘삼인시조집(三人時調集)’ 원고가 없다.”

익산 가람문학관 유물 수집과정서 #가람 후손이 시조집 발견해 기증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가람(嘉藍) 이병기 선생(1891~1968)이 1951년 10월 15일 자신의 일기(가람일기)에 적은 내용이다. 가람은 당시 출간을 앞둔 삼인시조집의 필사본 원고를 찾아 나섰으나 찾지 못했다. 가람이 생전에 애타게 찾던 시조집이 그의 유물을 정리하던 후손에 의해 발견됐다.

가람 이병기 선생이 조운·조남령 시인과 발간하려 던 『현대시조 삼인집』. [사진 전북대]<br>

가람 이병기 선생이 조운·조남령 시인과 발간하려 던 『현대시조 삼인집』. [사진 전북대]

전북대는 6일 “본교 초대 문리대학장을 지낸 가람이 조운·조남령 시인과 발간하려던 『현대시조 삼인집(現代時調三人集)』이 66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책 전체가 누렇게 바래고 해어진 이 시조집은 가람 등 세 사람이 각자 원고를 모아 인쇄 직전 단계까지 엮은 필사본이다.

올해 초 가람의 후손이 익산시가 짓고 있는 가람문학관에 전시할 유물 및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이 시조집을 발견해 익산시에 기증했다. 익산은 가람의 고향으로 익산시는 38억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여산면 원수리 가람의 생가 옆에 가람문학관을 지을 예정이다. 전북대에 따르면 이 시조집에는 가람의 시조 36수, 조운 시조 29수, 조남령 시조 15수 등 모두 80수가 실려 있다. 이 중 가람 16수, 조운 7수, 조남령 9수 등 32수는 현재까지 발표가 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가람은 전남 영광 출신인 두 후배 문인과 시조를 통해 깊은 교분을 나눴다. 그는 조운(1900~미상)의 초청으로 1927년 영광 읍내와 불갑사 등을 돌며 한글강습회와 시조 강좌를 열기도 했다. 조남령(1920~미상)은 가람의 추천으로 1939년 월간 문예잡지 『문장』에 시조 ‘향수’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가람은 그를 ‘진실한 시인’으로 평가했다.

이번에 발견된 시조집에는 이들이 월북하기 전에 남긴 미발표 작품들이 담겼다. 조운은 1949년, 조남령은 1950년 각각 북한으로 넘어갔다. 전북대는 이 시조집을 개교 70주년인 오는 10월 15일쯤 간행할 『가람 이병기 전집』(전 25권)에 수록할 계획이다. 간행 비용은 전북도와 익산시, 전주시에서 각각 3000만원씩을 지원했다. 출판비는 이남호 전북대 총장이 부담한다.

가람 전집은 현재 전북대 출판문화원이 자료 조사와 입력·교정·편집을 마친 상태다. 간행위원장은 가람의 제자 최승범·이기우·김준영 전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제자인 김익두 교수가 맡았다.

김익두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해방 전후 한국 현대시조사의 중요 자료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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